[국제칼럼]1448번째 라마단과 IS 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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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1448번째 라마단과 IS 1주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6. 28.

6월29일은 수니파 과격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국가 선포 1주년이 되는 날이다. 1주년을 기해 IS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감행했다. 튀니지에서는 지중해 연안 휴양지 수스의 호텔에서 무장괴한이 소총을 난사해 최소 38명이 사망했다. 영국인만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쿠웨이트 도심의 시아파 모스크에서는 금요예배가 끝나는 시간에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27명이 숨지고 227명이 부상당했다. 프랑스 리옹시 인근에서도 가스공장에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공장 인근에서는 참수된 시신 한 구도 발견됐다.

지난해 6월29일은 이슬람의 최대 성월인 라마단이 시작된 날이었다. IS 지도부는 이날을 국가선포일로 채택했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사도 무함마드가 610년 알라로부터 첫 계시를 받은 달이다. 이슬람 종교가 시작된 달이다. IS는 이런 종교적 상징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무함마드가 이슬람을 시작한 것처럼, 자신들도 21세기에 ‘진정한’ 이슬람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IS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테러조직이다. 시아파인 이라크와 시리아 중앙정부에 반하는 수니파 국가를 세우겠다는 과격 무장단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그리고 쿠웨이트의 시아파 사원을 공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 테러를 감행해 존재감을 확산시키고 수니파 과격세력을 결집시키려 하고 있다. 또 장악한 지역의 통치를 위해 극단적인 테러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수니파 무슬림이 아닌 소수 종파와 민족을 말살하려 하고 있고, 자신들의 통치방식에 거부하는 모든 사람을 제거하고 있다. 최근에는 라마단 단식을 지키지 않았다고 10대 소년 두 명을 교수형에 처했다.

IS는 또 기존의 알카에다와 차별성을 갖는 극단주의 세력이다. 국가를 선언한 최초의 과격 이슬람주의 세력이다. 주권국가의 탄압과 국제사회의 감시하에 은밀히 활동하던 알카에다 등 기존 조직들과는 차원이 다른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 중앙정부가 통제권을 상실한 지역에서 IS는 ‘칼리파 국가’ 영향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통치 자금을 마련하고, 전사를 훈련시키고, 테러세력을 전 세계로 파견하고 있다. 알카에다를 포함해 다른 어떤 테러조직들이 과거에 달성한 적이 없던 수준의 ‘해방구’를 가진 것이다. 이 해방구로 전 세계 과격주의 이슬람세력이 집결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이곳에서 훈련받은 테러세력들이 다시 세계 곳곳으로 향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티클랄 사원에서 라마단을 하루 앞둔 17일 무슬림 여성들이 ‘타라위’라 불리는 저녁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_ AP연합


IS는 이제 중동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 주도 연합군의 공습만으로는 IS 제거가 쉽지 않다. 아랍 및 이슬람 국가가 주도하는 지상 작전도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IS 등장의 배경이 된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 도출이 필수적이다. 또 이라크 내 정치적 협상도 필요하다. 쿠르드자치정부처럼 수니파에게도 자치를 허용해 온건 수니파가 IS를 궁극적으로 대체하도록 해야 한다.

올해는 라마단이 지난 18일 시작됐다. 1448번째 단식월이다. 이슬람은 태음력을 사용하기에 1년이 354일이다. 태양력에 비해 11일이 적다. 따라서 이슬람력의 아홉 번째 달인 올해 라마단의 첫날은 지난해보다 11일 빨라졌다. 알라의 은총에 보답하기 위해 무슬림들은 한 달간 단식을 한다. 단식으로 아낀 음식과 돈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달이다. 매일 저녁 친지와 어려운 사람들을 초청해 만찬을 갖는다. 라마단은 성스러운 달인 동시에 나눔과 축제의 기간이다. 인사말도 ‘라마단 카림(karim)’이다. 카림은 ‘평화롭고 자비로움’을 의미한다. 1448년의 평화와 자비의 전통이 고작 1년 된 IS의 폭력으로 깨져서는 안된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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