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정하는 데 2년이나 걸린 800만달러 대북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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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결정하는 데 2년이나 걸린 800만달러 대북 지원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6. 7.

정부가 5일 북한의 취약계층을 돕는 국제기구의 사업에 남북교류협력기금 800만달러(약 94억여원)를 지원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영양지원 사업에 450만달러, 유니세프의 북한 모자보건 사업에 350만달러를 무상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정부는 다음주쯤 국제기구로 지원금을 보낸다고 한다. 정부가 2017년 9월에 결정해놓고도 2년 가까이 미뤄온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집행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북 지원 조치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WFP의 북한 사업 관련 홈페이지.


WFP의 지원 사업은 북한 내 9개 도 60개 군의 탁아소·보육원 등에서 영유아·임산부·수유부에게 영양 식품을 나눠주는 것이다. 유니세프 프로그램 역시 아동·임산부·수유부에 치료식과 기초 의약품 키트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정부는 2017년 9월 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통해 이들 사업에 대한 지원을 결정해놓고도 집행을 미뤘다. 미국의 대북 제재 압박 기조에 맞췄다. 이번에 지원을 다시 추진하게 된 배경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정부는 WFP 등 국제기구가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감소에 따른 북한 취약계층 삶의 질 저하를 우려해 적극적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한·미 정상이 인도적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이다. 이런 명백한 인도적 지원까지 정치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유감이다. 게다가 정부는 수혜자를 배려한다는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내부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해도 인도적 지원 사실을 지나치게 부각했다. 북한 매체들이 ‘인도주의 지원은 부차적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할 만하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와 무관하게 민간 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통해 대화의 물길을 열 필요가 있다. 북한 스스로 밝힐 정도로 심각한 가뭄으로 벌써부터 북한의 식량난 가중이 우려되고 있다. 치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남쪽으로 전염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식량과 방역·방제를 위한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적기에 해야 한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뿐 아니라 남북 간 직접 지원도 필요하다. 북한도 인도적 지원에 한해서는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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