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실세 방문으로 새 국면 맞은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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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북 실세 방문으로 새 국면 맞은 남북관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0. 5.

북한 최고위급 인사 3인의 인천 방문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등 핵심 실세로 구성된 북측 대표단은 그제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을 명분으로 전격적으로 인천을 방문해 12시간 동안 머물렀다. 북측 대표단은 정부와 정치권 인사를 두루 만나 대화 복원 등 남북관계 개선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구체적으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0월 말에서 11월 초, 남측이 원하는 시기에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지난 8월 정부가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을 거부했던 북한이 대화의 돌파구를 연 방식은 파격적이다. 권력 실세들을 한꺼번에, 그것도 스포츠나 대남전략과 무관한 군부 총책임자까지 내려보냈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는 가져오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 예방도 사양했다. 실질적인 합의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재개는 전통문으로 알려도 되는 내용이다. 북한이 이처럼 파격적 방법으로 고위급 접촉 재개를 시도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로서도 나쁠 게 없다. 어떻게든 남북이 대화의 물꼬를 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장 모습 (출처 : 경향DB)


남북은 2차 고위급 접촉 개최에 필요한 세부 사항은 실무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2차 회담이라고 한 것이 앞으로 남북 간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이라는 북측의 설명도 있었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살리려면 양측이 상호 존중하고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를테면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에서 남북 양측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화의 불씨를 애써 마련해놓고도 번번이 찬물을 끼얹는 적대행위와 상호 비방도 자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교착상태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호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변화만 기다리던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5·24 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대북전단 살포 중단 등 북한이 원하는 현안에 대한 입장 재정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남북 모두 진정성과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계속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내년 광복 70년을 역사 앞에 부끄럽게 맞지 않도록 남북관계 복원에 전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남북은 고위급 접촉 등 각급 대화와 교류를 통해 실질적 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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