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대화 하자면서 반북 선전 앞장선 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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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남북대화 하자면서 반북 선전 앞장선 박 대통령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9. 25.

박근혜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문제에 관해 많은 언급을 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북핵이 한반도·동북아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북한이 핵포기 결단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로 교통망, 에너지망을 연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남북간 환경·민생·문화의 통로를 만들자는 제안을 설명했고, 비무장지대에 세계생태평화 공원을 세우는 데 유엔이 앞장서 줄 것도 당부했다.

이는 원칙적으로 옳은 말이다. 바람직한 상태에 관한 언급, 당위론을 설파한 것이기에 발언 자체는 시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어떤 실천성도 담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핵 문제를 보자. 북한은 4차 핵실험까지 경고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대화하지 않겠다며 북핵을 방치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박 대통령은 북한을 어떻게 설득하고 유인할지 고민하기보다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데 열중하고 있는 셈이다.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 북한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북한인권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남북관계 차원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북한을 국제무대에서 이렇게 공격하면서 남북대화가 잘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찬 때 “남북한이 만나 현안 과제들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물론 유라시아 교통망, 남북간 환경·민생·문화 통로, 비무장지대 공원 모두 남북이 관계를 개선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특히 비무장지대 공원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걸 유엔이 해결해 달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비난하고 남북대화에 별 성의도 보이지 않으면서 대화로만 풀 수 있는 공허한 구상들을 나열하는 건 이중적 태도이다. 박 대통령이 반 총장에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5·24 대북 제재 조치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차단한 채 예외적으로 소규모 지원만 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 운운은 거짓말에 가까운 발언이다. 국제 여론을 상대로 대화론의 명분은 챙기면서 반북 선전전을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면 삼가길 바란다. 남북 문제는 남의 일도, 국제사회가 대신 해줄 일도 아니다. 박 대통령 자신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더 이상 피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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