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 방역 협력으로 발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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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 방역 협력으로 발전하길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3. 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코로나19와 싸우는 남측 국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는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내왔다. 문 대통령도 감사의 뜻을 담은 답장을 5일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반드시 코로나19를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한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피력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앞으로 친서를 보낸 것은 지난해 10월30일 문 대통령의 모친상 당시 조의문 이후 4개월 만이다. 지난해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남측 국민과 문 대통령을 위로하는 친서를 보낸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 남북관계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정상 간 신뢰는 여전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친서를 보내기 전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의 발사체 발사 중단요구에 대해 거친 표현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어리둥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군사훈련을 둘러싼 공방과 친서를 굳이 연결시켜 의미를 절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친서에 담긴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 ‘조용히 응원하겠다’는 표현이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자”는 문 대통령의 3·1절 제안에 대한 화답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김 위원장이 피력했다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진솔한 소회와 입장이 무엇인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처럼 남북 정상 간에 솔직한 의견을 나눌 기회가 마련된 것은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그동안 모두 네 차례씩 친서를 주고받으며 남북 대화의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왔다. 이번 정상 간 친서교환도 남북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코로나19 대응에 협력할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지만 현실에 맞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 대북 제재와 어긋나지 않는 방법으로 남북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태도가 자연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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