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사포 발사한 북한, 긴장조성 말고 남북 방역 협력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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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방사포 발사한 북한, 긴장조성 말고 남북 방역 협력에 나서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3. 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전선 장거리포병부대의 방사포 발사 훈련을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원산 인근에서 동해 방향으로 발사체 2발을 발사한 데 대한 보도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동식발사차량에 탑재된 원통형 발사관에서 쏘아 올리는 장면 등으로 볼 때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원산 일대에서 합동타격훈련을 실시했고, 이번 발사도 훈련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에 의한 탄도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포병부대에서 이뤄진 방사포 훈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한국을 직접 겨냥해 비난하는 관련 보도도 없다. 그렇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혼돈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때아닌 무력행동을 벌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자중을 촉구한다. 


북한이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군사행동이 아니라 코로나19가 한반도에서 더 번지지 않도록 철저한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방역물자 수급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북한 보도에 따르면 ‘의학적 감시대상’ 주민이 7000여명에 달한다고 하니 이들 중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3·1절 축사에서 남북 보건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런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경을 넘는 어떠한 교류도 감염병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더구나 육지로 이어진 남북관계에서 방역협력의 중요성은 지난해 홍역을 치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에서 절감한 바 있다. 감염병은 코로나19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방역협력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실마리가 아니라 남북 공동의 신(新)안보의제이자 교류협력의 전제조건이라는 차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남북 방역·보건 협력에 나서 상황악화를 막아야 한다. 같은 한반도 공간에 있는 남북이 전 지구적 재난에 힘을 모으는 것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당연한 책무이다. 방역협력은 당국 간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민간단체나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지원 등 형태에 구애받지 말아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비공개로 추진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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