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 대통령의 ‘영변 전면폐기’ 비핵화 구상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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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문 대통령의 ‘영변 전면폐기’ 비핵화 구상을 주목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6. 27.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북·미 간에는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북·미 협상 재개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될 것이며 이제 그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합뉴스 등 국내외 6개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전부가 검증하에서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과정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으면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이며 국제사회도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분적 또는 단계적 완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그간 관측 수준에 머물던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대화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의미가 있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4개월 만에 북·미 ‘톱다운 외교’가 재시동을 걸기 시작했으며 이를 공개해도 좋을 정도로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뜻이 된다. 이런 상황인식하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 양측을 향해 비핵화 협상 방안을 제시한 것은 주목할 가치가 크다. 문 대통령은 이전에도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를 언급하긴 했지만 이번엔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핵시설 전부’ 등으로 더욱 구체화했다. 이를 검증하에서 폐기한다면 비핵화가 불가역적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고 한 것은 북·미 간 눈높이를 조율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으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 폐기의 무게감을 미국이 재평가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에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한 ‘검증하의 폐기’라는 조건을 부과한 셈이다. 이 과정이 진전을 거두면 제재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하노이 결렬 이후 정부는 ‘굿 이너프 딜’ 등 비핵화 중재안을 내놓긴 했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이번 제안은 하노이 결렬에 대한 충분한 복기와 성찰을 바탕으로 한 데다 28~29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반도 주변국들 간의 연쇄 정상회담이 예고된 가운데 나온 만큼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뜻을 내비치면서 한국의 역할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능동적 의지를 밝힌 것도 긍정적이다. 비핵화는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미 양측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토대로 조속히 협상에 나설 것을 당부한다. 우선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실무협상이 성사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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