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케리 미 국무장관이 사드 거론한 이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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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케리 미 국무장관이 사드 거론한 이유 뭔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5. 19.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방한 중이던 지난 18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다른 것들에 대해 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한·미 정부간 협의가 전혀 이루어진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케리 장관의 서울 방문 중 사드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이전에도 말했듯이 한·미간에는 사드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도 지난달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세계 누구와도 아직 사드 배치를 논의한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사드 논의는 미국 정부가 불쑥 그 필요성을 제기했다가 부인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이번에도 그와 전혀 다르지 않은 패턴이다. 그 때문에 한·미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론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실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면 이런 발언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 외교정책의 최고 당국자가 한국에 와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직접 거론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사드가 매우 민감성 높은 의제로 부각되어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미 국무장관의 사드 거론은 그만큼 사드 배치 의지를 드러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발언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이다. 특히 사드 배치를 요청받거나 협의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는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취임 후 첫 방한한 애쉬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대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런 결과가 초래된 데는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도 있다. 김장수 주중 대사는 지난 12일 홍콩 TV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레이더가 일정한 사거리와 고도제한이 있는 데다 요격에 필요한 레이더 빔만 발사하게 돼 있기 때문에 중국이 우려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사드 배치를 전제로 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배치를 주장하고 해명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의 이 연속극이 이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부는 사드 배치론이 다시 고개 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반대 입장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사드를 배치할 계획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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