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베 총리, 무라야마·고노의 충고 새겨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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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아베 총리, 무라야마·고노의 충고 새겨들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6. 9.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와 고노 요헤이 전 일본 관방장관은 어제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 발표 때 역대 정권의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일본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처음으로 고노 전 관방장관과 함께한 대담에서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정권의 담화를 확실하게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노 전 장관도 일본군 위안부 모집 과정에서 명백하게 강제연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노 담화 발표 당시 목덜미를 잡고 끌고 간 사례 등을 보여주는 문서를 발견한 것은 아니라서 ‘대체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행해졌다’고 기술했으나 강제성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부를 모으고 나서 매우 강제적으로 일을 시켰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군이 이동하면 군이 준비한 차에 타고 이동했다. 완전히 군의 관리에 의한 것이고 이를 보면 명확하게 강제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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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오른쪽)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이 9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전후 70년을 말한다'는 주제로 열린 대담에 참석했다. 이들은 현역 시절에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 8월)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 8월)를 각각 발표했다. _ 연합뉴스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분명한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할지 오락가락하던 아베 총리는 결국 계승한다는 말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담화의 핵심인 침략에 대한 사죄를 계승한다고 분명히 말한 적은 없다. 그는 스스로 그런 표현을 사용한 적이 한번도 없다. 오히려 “침략이라는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위안부 문제를 성매매 문제인 듯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고노 두 사람의 대담이 세계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일본 시민들의 양심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 지식인 281명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아베 담화에 반성과 사죄의 뜻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타마현 주민으로 구성된 ‘전후 70년, 민중담화의 모임’도 같은 날 민중담화 초안을 작성해 발표했다. 이들은 “역대 내각의 평화의 지침을 한 걸음도 후퇴시켜서는 안된다”면서 “일본에 의한 침략·식민지 지배라고 하는 가해의 대죄를 통절하게 반성하고 싶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가슴 깊이 새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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