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베 총리, 새 일왕의 ‘세계 평화 희망’ 발언 새겨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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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아베 총리, 새 일왕의 ‘세계 평화 희망’ 발언 새겨들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5. 2.

1일 즉위한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이 첫 메시지에서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고쿄(皇居)에서 열린 ‘즉위 후 조현의식’에서 “헌법에 따라 일본 국가 및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을 서약한다”면서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했다.


전쟁을 겪지 않은 전후 세대의 첫 일왕이 즉위 후 첫 소감으로 세계 평화를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부친 아키히토 전 일왕이 실천해온 ‘평화주의’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어서 다행스럽다. 새 일왕이 부친인 아키히토 전 일왕과 달리 헌법 수호 메시지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왕세자 시절인 2014년에 “지금의 일본은 전후 헌법을 기초로 쌓아 올려졌다”며 “헌법을 지키는 입장에 서서 필요한 조언을 얻으면서 일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것을 보면 호헌 의지를 의심하기 어렵다.  


나루히토 새 일왕(가운데)이 1일 도쿄 왕궁인 고쿄 내 접견실에서 열린 즉위 행사 후 마사코 왕비(오른쪽), 후미히토 왕사(왼쪽에서 두번째)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 _ AFP연합뉴스


‘레이와(令和)시대’를 여는 일왕의 첫 메시지를 이처럼 주목하는 이유는 일본의 최근 정세가 심상치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은 2012년 말 아베 총리 집권 이후 급격히 우경화하면서 과거 침략을 부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역사수정주의가 기승을 부리며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가 무력화됐다.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의 개정과 재무장화, 자위대 역할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주변국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와 연호 교체에 따른 분위기 쇄신을 헌법개정으로 연결지으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어 걱정스럽다. 


아키히토 일왕이 4월30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고쿄 내 마쓰노마에서 열린 공식 퇴위 의식에서 5월1일 새 일왕으로 즉위하는 나루히토 왕세자(왼쪽에서 두번째)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일왕으로서 마지막 오고토바(발언)를 밝히고 있다. 도쿄 _ EPA연합뉴스


전쟁을 겪은 세대인 아키히토 전 일왕은 국정에 간여할 수 없는 ‘상징 천황’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이런 흐름을 견제해 왔다. 아무쪼록 새 일왕도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일본 평화주의의 구심점이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전에서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평화를 위한 굳건한 행보를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출처:경향신문DB)


아베 총리는 새 일왕의 ‘세계 평화’ 메시지를 깊이 새겨볼 것을 당부한다. 레이와가 뜻하는 ‘아름다운 조화’를 동북아, 나아가 세계에 구현하기 위해 일본이 해야 할 일들은 적지 않다. 그 첫 행보가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의 관계복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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