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은 홍콩 민주주의 약속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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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중국은 홍콩 민주주의 약속 지켜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0. 3.

홍콩 민주화 시위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시위 학생들은 렁춘잉 행정장관이 사임하지 않으면 정부기관을 점거하겠다고 예고한 대로 3일 정부청사를 둘러싸기 시작한 것이다. 홍콩 정부는 시위대가 정부청사를 둘러싼 채 경찰과 대치하면서 청사 진입로가 차단돼 청사를 일시 폐쇄했다고 밝혔다.

홍콩의 공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이다. 이 명칭에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즉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제도라는 중국의 오랜 통일정책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이나 대만에 민주주의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중국은 1997년 홍콩 반환 때도 홍콩에 50년간 일국양제를 도입한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 약속에 따라 2017년부터 홍콩 행정장관을 직접 선거로 뽑겠다고 2007년 공약한 바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후 민주주의가 찾아올 날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지난 8월3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친중국인사들로 구성되는 행정장관 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을 직접 선거로 선출해야 한다는 선거 방법을 제시했다.

친중국 시위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온몸을 중국 오성홍기로 감싼 채 4일 홍콩 시내를 장악한 민주화 시위대 옆을 지나가고 있다. _ AP연합


이는 친중국인사가 행정장관으로 선출되는 현 제도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사실상의 간접 선거이다. 약속한 바와도 다르고, 홍콩 시민들이 기대했던 것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따라서 홍콩 시민들이 직접 선거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들의 시위는 역시 정당한 것이다. 그런 민주화 요구를 물리력으로 막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1989년 톈안먼 사태처럼 총칼로 억압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세계인들이 홍콩 시민의 민주화를 지지하고, 국제기구 및 여러 정부가 중국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워싱턴을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주의, 인권 문제는 내정이 아닌 인류 공동의 가치이다. 그걸 침해할 권위는 누구에게도 허용되어 있지 않다. 왕이 부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내부 문제”라며 “중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반박했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 중국이 계속 세계 여론에 맞서겠다면 ‘중국의 꿈’인 세계의 지도국가는 물론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도 어렵다는 걸 알아야 한다. 게다가 중국은 일국양제를 전제로 대만과의 통일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일국양제가 결국 비민주주의 체제로 귀결된다는 걸 의미한다면 대만 시민들은 중국과의 통일을 원치 않을 것이다. 홍콩 민주화 탄압은 중국의 이익에도 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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