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병세 장관, 북한 고립시키는 게 외교 목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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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윤병세 장관, 북한 고립시키는 게 외교 목표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4. 29.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그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서 대북 규탄 선언문이 채택되자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고 버림받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한국 등 26개국이 가입한 안보협의체 CICA는 선언문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거론하며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중국이 의장국이었고 캄보디아 등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CICA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상당한 외교적 성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윤 장관의 발언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북한이 각종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북·중관계가 시진핑 체제 들어 전례없이 냉각된 것도 맞지만 중국이 북한을 버렸다고 보는 건 무리다. 예컨대 지난달 중국의 대북 수입액은 1년 전보다 13%, 대북 수출액은 16% 증가했다. 시진핑 주석이 CICA 개막식에서 “한반도에서 전쟁과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발언은 북한만 겨냥한 경고가 아니다. 연합군사훈련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미에 대한 불만도 표출한 것이다. 이번 대북 규탄 선언문에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으며 어제 중·러 외교장관들도 한·미를 향해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이 모두가 중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여전히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송강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_연합뉴스

다음달 북한의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한·미 양국은 제재 강화 방안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윤 장관의 발언도 대통령의 코드에 맞춰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것일 뿐 북한의 도발 욕구를 억제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오히려 핵개발을 진전시키고 장거리 로켓 능력을 고도화해 왔다. 강력한 제재는 북한에 핵개발의 명분을 제공하고 내부 결속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응징과 국제적 고립을 목표로 삼는 외교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윤 장관은 북한 고립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윤 장관은 이 시점에서 다시 자문해 봐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고립시키고 버림받도록 만든 것을 자신의 외교 치적으로 내세울 것인가. 아니면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참여시켜 변화로 유도하는 일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성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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