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뉴욕의 북한 외교관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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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여적]뉴욕의 북한 외교관SS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4. 26.

북한 관리는 미국 방문 시 이동이 제한된다. 두 나라가 미수교국가이기 때문이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외교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대표부에서 반경 25마일 이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그 바깥으로 나가려면 국무부 허가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이 허가를 내주면 그것은 단순한 여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북한 측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알아보려고 일부러 여행허가를 신청하기도 한다.

예외가 없지는 않았다. 북한 조명록 전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사망)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특별 대우를 받았다. 조 총참모장은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북·미공동코뮈니케’를 발표했다. 방미 기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등 핵심 관리들과 만났다.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유엔 지속가능 개발목표 고위급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_AP연합뉴스

북핵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담은 2007년 ‘2·13 합의’ 직후 방미한 김계관 부상도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미국 측은 김 부상이 활주로에서 따로 내려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게 배려했다. 취재진이 오토바이를 타고 김 부상이 탄 차량을 추적하자 아예 고속도로 전체를 봉쇄해 접근을 막기도 했다.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한 뒤 걸어나오는 김 부상을 선글라스를 낀 미 정부 경호요원이 밀착경호하는 사진은 외신에서 인기를 얻었다. 김 부상은 당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 등 미국의 대북정책을 결정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만났다. 당시 미국 언론은 이를 두고 ‘화려한 외출’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북한 관리에 대한 미국의 대우는 북·미관계와 비례한다. 미국은 지난 20~24일 뉴욕을 방문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행동 반경을 유엔본부와 호텔과 북한대표부 건물로 제한했다고 한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 조치가 북한의 2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이 때문에 동포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채 미국을 떠났다. 미국을 속 좁다고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분란을 일으킨 북한 정권의 책임이 너무 커보인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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