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개된 북·미대화, 차곡차곡 진전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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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재개된 북·미대화, 차곡차곡 진전시켜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7. 3.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3주 만에 재개됐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북측 인사가 지난 1일부터 판문점에서 만나 비핵화 후속 조치들을 협의하고 있다. 오는 6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예정돼 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소강상태였던 북·미대화가 재가동된 것이다. 지난 20일간의 북·미대화 공백은 비핵화 협상의 불안정성을 잘 보여준다. 비핵화 대화가 끊긴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북·미 사이에 미군 유해 송환 작업이 진행되고, 남북 간에는 이산가족 상봉 개최 합의 등 4·27 판문점선언이 이행되고 있었지만 정작 본질적 사안인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는 가시적인 후속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일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를 만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왼쪽)가 2일 오전 숙소인 서울 종로 포시즌스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이 북한 핵프로그램을 1년 내에 해체하는 방안을 고안했다면서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의심이 간다. 볼턴은 리비아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의 핵폐기 작업에도 수년의 시간이 걸린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리비아의 무조건적인 핵폐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몰아붙이는 태도가 걱정스럽다. 그의 발언은 미국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2020년까지 비핵화 완성을 목표치로 제시했다가 최근 구체적인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폼페이오와 볼턴이 북한에 대해 강온병행 전략을 구사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미국의 대북정책이 조율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된 이상 굳이 이런 자세를 드러내야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북·미 사이에는 무엇보다 일관된 입장과 언행일치의 태도가 요구된다.

 

비핵화 대화의 왕도는 없다. 하지만 합의 번복이나 무산의 경험이 많은 북·미 사이에는 합의 이행은 물론 후속 협상의 속도와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상호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화의 공백기간이 길어지면 동력이 약화되고, 반대로 너무 서둘러도 낭패를 볼 수 있다. 서로 동시적·단계적 행동을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차곡차곡 진전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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