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반도 평화번영의 첫걸음, 남·북·러 3각 협력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한반도 평화번영의 첫걸음, 남·북·러 3각 협력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6. 27.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공식 수행원으로 참석한 필자는 우리 정상의 19년 만의 국빈방문으로 역사의 변화가 이뤄지는 현장을 함께했다. 기립박수가 계속된 러시아 하원 연설과 300여명의 양국 기업인이 참석한 비즈니스포럼에서 러시아 측의 뜨거운 관심과 환대를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돛의 방향도 돌려야 한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한은 비핵화와 경제발전의 길로 나서고 있다. 이번 러시아 국빈방문은 한반도를 둘러싼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가운데 신북방정책의 핵심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외교적으로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담론 수준에 머물렀던 남·북·러 3각 협력의 든든한 초석을 놨다.

 

우선 양국의 전력계통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서로 연결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빠른 시일 내에 개시하기로 했다. 전력계통 연계는 러시아의 풍부하고 저렴한 청정에너지 자원의 공유를 넘어 우리나라가 다시 대륙과 연결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앞으로 중국·몽골·일본까지 계통연계가 확장되면 명실상부한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완성될 것이다. 이제 동북아도 북미나 유럽처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전력 관리는 물론 에너지를 통한 역내 평화협력체계 구축도 가능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레물린 궁에서 푸틴대통령과 소규모 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천연가스 분야도 파이프라인을 통해 대륙과 연결될 경우 연간 3700만t이 넘는 천연가스를 전량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만 의존하는 취약한 포트폴리오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 파이프라인 가스가 들어오면 LNG 도입 협상력이 높아져 연간 16조원이 넘는 가스 수입비용도 절감하고 나아가 주변 국가로 천연가스를 재수출하는 ‘동북아 가스 허브’로의 발전도 가능하다.

 

양국은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에 착수하고 상품 분야에서도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FTA가 체결되면 물류·운송 등 서비스 분야에서 남·북·러 3각 협력이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투자기업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38억달러 수준인 양국의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특히 이번 서비스·투자 FTA 협상 개시는 향후 상품 FTA으로의 확대와 인구 1억8000만명의 거대 시장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FTA를 추진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작년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합의된 ‘9개 다리’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주요 성과다. 특히 조선 분야에서 우리 조선 3사와 러시아 즈베즈다조선소 간 합작회사를 빠른 시일 내 설립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선박 건조 능력을 향상시키고, 우리는 세계 LNG 선박 주요 시장인 러시아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됐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러시아의 기초 원천기술과 우리의 제조·상용화 기술을 결합하는 혁신기술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중소·중견 소재·부품기업의 시장 진출도 적극 돕기로 했다.

이번 러시아 국빈방문으로 1990년 수교 이래 지속돼온 한·러 경제협력의 폭과 깊이를 몇 단계 심화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마련됐다. 산업부는 이번 방문 성과가 조속히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백운규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