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종전선언 서명한다고 약속했는지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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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트럼프, 종전선언 서명한다고 약속했는지 밝혀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8. 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 서명을 약속했으나 이후 입장을 바꿨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미 인터넷 언론 ‘복스’는 2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종전선언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이후 태도를 바꿔 종전선언 전에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폐기할 것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내용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미 후속협상이 왜 답보하고 있는지 비로소 설명된다. 잃어버린 퍼즐 한 조각을 찾아낸 느낌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8월 31일 (출처:경향신문DB)

 

돌이켜 보자. 북·미 고위급회담을 위해 7월6~7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한 채 돌아갔다. 북한은 그 직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국이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비난했다. 특히 종전선언에 대해 “조·미 수뇌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더 열의를 보였던 문제”라며 미국이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볼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미국 언론들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종전선언에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 종전선언 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당치 않다. 종전선언은 전쟁상태를 끝내자는 정치적 선언으로 구속력이 없다. 더구나 북한은 1992년부터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하겠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전해왔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한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터무니없다.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지도 모르니 약속을 깨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식이라면 애초부터 협상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백악관은 ‘트럼프 종전선언 서명 약속’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미 국무부도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사실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약속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지키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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