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길어지는 ‘비핵화 교착’, 남북정상회담을 반전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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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길어지는 ‘비핵화 교착’, 남북정상회담을 반전 기회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8. 30.

북·미 비핵화 협상의 정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태도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돌연 취소하더니 이번엔 북한이 가장 예민해하는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려스러운 상황 전개인 데다 가까운 시일 내 교착국면이 풀릴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8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현재로선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미가 중단키로 한 것이 8월 훈련이고 이후의 훈련은 정해진 바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핵화협상 답보 상황에서 이 카드를 꺼낸 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북한이 비핵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언제든 강경 대응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경고로 비치기 때문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AP연합뉴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내의 대북 협상에 대한 회의적인 기류를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면서 비핵화에 충분한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북·미 협상에 대해 시종 낙관론을 펴던 입장을 바꾼 것이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같은 날 “북한이 어쩌면 비핵화에 대한 생각을 바꿀지도 모른다”며 회의론을 꺼낸 것도 좋은 흐름은 아니다. 북한은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에 대해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권수립 70주년인 9·9절을 맞아 외교성과를 자랑해야 할 시점에서 미국이 보이고 있는 태도에 당혹감이 클 것 같다. 

 

문재인 정부 운신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미국 조야와 한국 내 일각에서는 북·미 협상이 답보상태인데 남북관계만 앞서 나가서는 안된다는 속도조절론이 나온다. 9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 북·미 협상은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성사됐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메신저 역할과 분위기 조성 노력을 펴지 않았다면 애초 대화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북·미관계가 한반도 정세를 규정지어온 역사를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의 처신에 따라 북·미관계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이 이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할수록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운신의 폭이 커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를 복기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북·미관계가 답보상태라고 한국마저 손놓고 있는다면 어렵사리 만든 비핵화와 평화구축의 기회가 날아가버릴 수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북·미 교착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난관을 돌파하는 데 남북정상회담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 시점에서 해야 할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미 입장을 중재하고, 전략을 가다듬어 9월 남북정상회담을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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