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비핵화-평화’ 빅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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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비핵화-평화’ 빅딜을 기대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9. 1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했다고 백악관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백악관은 2차 정상회담에 열려 있고,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혀 양측이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교착상태인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두 정상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의 목표에 합의했으나 이후 석달간의 후속 협상은 ‘디테일의 악마’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예정된 방북일정을 취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양측은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탐색할 시간을 가졌다. 2차 정상회담 추진은 이 탐색전의 결과로 양측이 주고받을 현실적인 타협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거나, 그럴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협상교착의 원인인 ‘핵신고-종전선언’ 대립이라는 난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정상들이 만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9월7일 (출처:경향신문DB)

 

두 정상이 다시 만나야 할 필요성은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협상에서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한 만큼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북·미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면 대북 제재를 완화해 가면서 외부투자와 지원을 받아내 경제성장의 마중물로 활용하려던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이 11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2차 정상회담 추진은 지난 5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두 정상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던 결과이기도 하다. 실무협상이 난항에 빠진 가운데서도 상호 존중심을 잃지 않고 친서외교로 신뢰를 쌓아온 것이 정상회담의 추진 동력이 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은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정상 간의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때 엇박자 평가를 받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의 궤도로 복귀하게 된 것도 다행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출해야 할 ‘빅딜’을 위해 남북이 지혜를 모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사단 파견을 시작으로 중재역에 다시 시동을 건 문재인 정부의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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