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베이다이허 비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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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베이다이허 비밀회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8. 7.

보하이만의 중심 도시 허베이성 친황다오(秦皇島)는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바닷속으로 사람을 보내 신선을 구해오라고 했다는 진시황을 도시 이름에 차용해서일까. 아니다. 유명 관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와 산하이관(山海關)을 시의 직할구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 명대에 축조된 만리장성 동쪽 끝 산하이관에 비한다면, 베이다이허의 역사는 짧다. 베이다이허는 1898년 청의 마지막 황제 광서제가 봉금을 해제하고 휴양지로 개발하면서 도시가 만들어졌다. 이어 여행 전용철도와 항공노선이 개설됐고, 18홀 골프장도 들어섰다. 중국 관광 역사상 제1호의 사건들이다. 베이다이허가 ‘중국 관광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이유다.

 

베이다이허가 세계에 알려진 것은 1950년대 이후다.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공산당 지도부가 즐겨 찾으며 정치 휴양소로 주목을 받았다. 1987년 여름, 덩샤오핑이 중국 전문가들을 초청한 것을 계기로, 공산당 사무소가 마련됐다. 이후 베이다이허는 공산당 지도부의 비밀회의 장소로 통했다. 2001년 이후 지금까지 지도부 회의는 17차례 열렸고, 전문가 회의에 1000여명이 초청됐다.

 

지난 4일 중국 공산당의 베이다이허 비밀회의가 개막됐다. 신화통신은 당중앙조직부장 천시가 중국과학원 전문가 등 62명과 좌담회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베이다이허 전문가 회의는 상무위원인 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주재하는 게 관례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주재자는 서기처 서기였던 류윈산이었다. 당연히 올해 회의는 현 중앙서기처 서기 왕후닝 상무위원이 맡아야 했다.

 

왕후닝이 아닌 천시가 베이다이허 회의를 주재했다는 소식에 각종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왕후닝은 장쩌민·후진타오 주석을 이론적으로 보좌해온 공산당 이데올로그다. 시진핑의 2기 집권을 성사시킨 ‘책사’이기도 하다. 왕후닝의 동정은 최근 한 달 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그의 부재는 관심거리다. 외신은 시진핑 개인숭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최측근 왕후닝을 속죄양으로 삼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억측의 실마리는 관영 매체가 제공했다. 베이다이허 비밀회의를 보도한 신화통신의 속내가 궁금하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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