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브라질 닭공장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여적]브라질 닭공장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3. 22.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육류 가운데 닭고기만큼 두루 사랑받는 것도 드물다. 닭고기를 거부하는 문화도 없다. 중동의 유목민들은 돼지고기를,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모두 닭고기는 마다하지 않는다. 기르기 쉽고, 곡식도 많이 축내지 않으며, 금방 길러 잡아먹을 수 있어서 효용성도 높다. 

 

야생 닭의 가축화는 4000년 전 인더스 계곡에 살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후 중동을 거쳐 유럽과 세계로 퍼져나갔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전 아메리카 대륙에는 닭이 없었다고 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정복자들이 닭을 배에 싣고 대서양을 건너온 뒤에야 남미에도 퍼졌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정육점에 도축된 소고기가 걸려 있다. 연방경찰 수사 결과 일부 육가공업체들이 관리들을 매수해 시중에 썩은 고기를 팔고 수출해 온 사실이 적발되자 20일부터 유럽연합(EU)과 중국, 칠레가 브라질산 고기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상파울루_AFP연합뉴스

 

닭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미국이지만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세계의 닭공장이다. 19세기 브라질로 건너온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원주민들이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던 닭을 산업화했다. 브라질 식품회사이자 최대의 육가공기업인 BRF도 이탈리아 이민자 가족들이 1934년 차린 양계장에서 출발했다. 1960년대 이전만 해도 90일 동안 키워야 2㎏ 정도 자랐다. 그러나 지금은 42일이면 가능하다. 닭의 수명이 7~13년인 점을 감안하면 젖먹이가 영화 속의 ‘유령 풍선’처럼 커진 것이다. 인위적 조작을 통해 앞가슴 근육을 불려 ‘스모 선수’를 닮은 닭도 만들어졌다. 비운의 가축이다.

 

한국은 2005년부터 브라질 닭고기를 들여왔다. 지난해 수입된 닭고기 가운데 90% 정도는 브라질산이다. 그런데 지난 17일(현지시간) 브라질의 BRF 등 30여개 육가공업체가 썩은 고기를 시중에 판매해오다 브라질 당국에 적발됐다. 다행히도 정부는 이들 업체가 한국으로 수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브라질 정부로부터 확인했다고 한다.

 

한국 치킨집 매장 수는 3만6000곳으로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 수(3만5429곳)보다 많다. ‘치맥’ ‘파닭’은 국민 먹거리다. 한국 닭고기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앞으로 소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먹거리가 시민들 보건위생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수입검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종성 논설위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