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가격이 올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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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지난 시리즈

옥수수 가격이 올랐다고?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10. 15.

'콘 킹(Corn King)'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대학원생 두 명이 미국 아이오와주에 가서 옥수수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옥수수에 관련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즐거운 음악으로 진행하는 다큐멘터리다
.





곡물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그래서 옥수수를 사료로 하는 가축 가격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2차 식량파동이 염려된다는 기사가 경향신문에도 실렸다. 
또 다른 신문에는,
 한국의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과체중이 더 많아졌다는 소식이 나왔다. 연관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소식들은 사실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한국이 따라가고자 애쓰는 미국에서는.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대학원생 피터는 일년 전부터
콘시럽(옥수수 전분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 대신 쓰는 첨가제)이 들어 있지 않은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불만은 콘시럽이 들어 있지 않은 가공식품을 찾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편의점에서 콘시럽이 들지 않은 식품을 찾을 수 있을 확률은? 한국에서는 콘시럽 자체가 생소하니 문제가 좀 어려운 것 같다. 그럼 아주 간단히, 패스트푸드 점에서 옥수수가 들어있지 않은 먹거리는?

답부터 말하자면, 패스트푸드 점에서 옥수수와 연관되지 않은 식품은 없다.

콜라에도
, 케첩에도 콘시럽이 들어간다. 육류 역시, 옥수수 사료를 먹은 고기다. 편의점에서 파는 가공식품 중 콘시럽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자, 음료, , ,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먹을거리에 콘시럽 혹은 옥수수에 관련한 부산물이 반드시 포함되어있다 

옥수수, 이것이 이렇게 중요했단 말인가? 언제부터?

콘시럽은 1973년 미국 농림부가 의도적으로 사용을 장려하면서 용도가 크게 늘었다. 미국에서는 싸고 널린 옥수수를 어떻게든 소비해 보려고 처음 개발했던 것이, 기존 감미료 대부분을 대신하게 됐다. 이제는 도리어 옥수수가 옥수수가 없으면 안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옥수수가 이제 가격이 올라갔다
. 넘치는 옥수수로 콘시럽을 통해 어떻게든 먹거리로 전환시키고, 열심히 소에게 먹여서 살을 찌웠다. 그러고도 남는 것은 해외로 선심을 쓰거나, 이런 식으로 열심히 소비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가격이 올라가 버리면 수출과 원조를 줄이는 수 밖에 없다. 식량파동은 이렇게 허약한 경제구조에서 작은 변수에도 쉽게 부상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그럼 옥수수 자체의 문제는 뭘까.

옥수수야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고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콘시럽을 만드는 옥수수와 가축 사료의 주재료로 쓰이는 옥수수는 같은 종이다. 둘 다 먹을 수 없는, 식용이 아닌 종자다. 사람이 먹는 맛있는 옥수수가 아니라 단일품종으로 개량되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듯이 맛없고 건조한 옥수수다. '콘 킹'의 주인공이 "쓰레기를 씹는 것 같다"며 던져버리는, 먹지 못할 옥수수.

런 옥수수를 계속 먹는 소 역시도 괜찮을 리가 없다.

소에게
살을 찌우고자 엄청 먹이는 이 옥수수 안에는 산성 물질이 들어있다. 그래서 옥수수는 소의 궤양을 유발한다. 그래서 궤양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에게 항생제를 듬뿍 먹이게 된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항생제의 70%가 가축에게 투입된다.

이런 먹을 수 없는 옥수수는 여전히 대량생산되고 있다. 대량생산 과정에 쓰이는 엄청난 양의 물과 연료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농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에서 한 농민은 스스로 "쓰레기를 키우고 있다"고 자조한다. 그들은 정부의 엄청난 지원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돌이킬 수 없는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뒤에 산처럼 쌓인 것이 모두 노란 옥수수 알이다)  



위에서 말한 저소득층의 과체중 혹은 비만은 저 옥수수와 관련이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싼 값으로 나오는 옥수수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값싸고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물, 패스트푸드, 정크푸드에 대량으로 사용된다.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은 신선한 먹거리를 파는 상점이 별로 없고 대체로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만 입주해 있다. 그래서 콘시럽의 주 소비층은 자연스럽게 저소득층이 되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악순환. 처음에는 생산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그 다음으로는 저소득층의 건강과 사회보건이 위협을 받는다. 결국엔 최상위층만 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해갈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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