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의 허세 ‘코리안 포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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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허세 ‘코리안 포뮬러’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2. 10.

정부가 제시하는 북핵 대화 재개 방안으로 ‘코리안 포뮬러(Korean Formula·한국의 방식)’라는 게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8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처음으로 소개한 말이다. 굳이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한국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북핵외교를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 내용에 대해서는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다. 이 제안의 핵심이 뭔지, 기존의 방식과 뭐가 다른지, 무엇이 창의적인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주변국들이 코리안 포뮬러에 공감해 의견일치를 이뤄 가고 있다고 자랑한다. 외교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도 코리안 포뮬러가 뭔지 설명은 하지 않고 ‘코리안 포뮬러를 토대로 주도적 노력을 경주’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유기준 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여야의 북한인권 관련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_ 연합뉴스


10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 자료에서도 외교부는 “코리안 포뮬러에 대한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윤 장관은 질의응답에서 “6자회담을 촉발시킬 수 있는 첫 단추를 끼워넣어야 하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코리안 포뮬러”라고 주장했다. 또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코리안 포뮬러에 있지만 협의 중이라서 밝힐 수는 없다”고 답했다.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면 처음부터 비공개로 은밀히 추진했어야 한다. 내용은 극구 감추면서 ‘그런 게 있는데 잘되고 있다’는 식으로 과시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코리안 포뮬러를 ‘도깨비불’이라고 부른다. ‘있다는 설은 무성한데 봤다는 사람은 없는’ 도깨비불처럼 허구가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내용을 떳떳이 공개하든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자랑은 그만하고 비공개 협상에 매진하든지 결정해야 한다. 허세로 국민들 우롱하는 것은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다.


치부 유신모 simon@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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