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한반도 평화 플랫폼, 지금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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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한반도 평화 플랫폼, 지금이 기회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4. 28.

[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4월22일 (출처:경향신문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태양절’ 참배 불참으로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가운데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이했다.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협력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포괄적 보건의료협력과 이산가족 상봉의 추진의사를 밝혔다. 작년 2월 말 하노이 노딜 이후 사실상 남북대화가 중단된 채여서 북측 반응이 주목된다.


냉각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여러 제안을 내놨었다. 작년 8·15 경축사에서 철도·도로 연결, 남북공동올림픽 합의를 재확인하고, 제74차 유엔총회에서 DMZ국제평화지대 구상을 내놨다. 금년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등 5대 협력사업을 제안했고, 신년기자회견에서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개별관광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3·1절 기념사에선 포괄적 보건의료협력을 제안하였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면서 대북 제재에 동조하고 있다며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금년 신년사에서 북·미 협상의 종속변수에서 탈피해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 남북관계를 증진시킬 현실적 방안들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마침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승리함으로써 대북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확보했다. 북한이 기존 태도를 바꿀 경우 변화된 국내정세 속에서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기에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챌린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 ‘#의료진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붙이는 국민 참여 캠페인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북관계 재정립의 출발점은 하노이 노딜 이전인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 직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미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비핵화 이전’에 할 수 있는 남북협력사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을 만들겠다는 언급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남북협력사업의 추진을 위해 어떤 경우든 닫힌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재개하고 당국 간 대화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남북 간 대화채널이 복원된 이후에는 다음과 같이 한반도 평화 플랫폼을 구축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첫째,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동의를 얻어 관련된 입법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어 남북 간의 기본관계를 규정하는 ‘남북기본협정’을 추진한다. 남북기본협정은 단순히 남북 간 기본관계를 규정하는 문서 차원을 넘어 한반도 평화의 플랫폼이 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과거 분단독일의 경우 동서독기본조약을 플랫폼으로 하고 하위체계로 추가의정서 형태의 분야별 협정을 담았다. 남북도 남북기본협정을 플랫폼으로 하면서 보건의료협정, 경제협력강화협정 등 분야별 부속합의서를 체결해 한반도 평화공존의 구조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둘째, 한반도 평화 플랫폼을 구축할 추진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원회,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치분과위, 군사공동위, 경제교류·협력공동위,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의 경제협력공동위와 같은 공동추진체계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9·19 군사합의서에서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를 조속히 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비롯해 부문별 위원회와 함께 총괄적인 상위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부처별 남북사업을 조정하고 범부처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총괄조정기구가 필요하다.


셋째, 군사분계선 및 DMZ 남측지대의 통행과 비군사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남북 협의를 거쳐 2000년과 2002년 때처럼 유엔사-북한군 간에 정전협정 보충합의서를 채택한다. 제도적 보장이 이루어져야만 DMZ 국제평화지대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비군사 분야의 남북 통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군이 DMZ 통행·관리권 일부를 위임받기 위해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유엔사 측과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


지속되는 고강도 경제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폐쇄가 겹치면서 북한 경제와 주민생활이 어려움에 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연기되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대화에 힘을 실어줄 여력이 없는 등 비핵화 협상 동력이 크게 떨어져 북·미 협상의 조기 개최는 쉽지 않다. 반면 한반도 차원에선 남북관계 개선의 주객관적 조건을 갖췄다. 첫 독일통일을 이끌었던 재상 비스마르크의 말처럼 역사의 문을 빠져나가 과거로 가기 전에 ‘신의 옷자락’을 잡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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