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GDP 부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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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오관철의 특파원 칼럼

중국의 GDP 부풀리기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7. 18.

몇 달 전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지난해 중국의 지방정부별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기자들에게 참고자료로 돌렸다. 그런데 통계가 이상했다. 31개 성·시·자치구별로 내놓은 GDP를 합치니 57조위안이 넘어 중앙정부가 발표한 중국의 전체 GDP(51조9322억위안)보다 5조위안(약 910조원) 이상 많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1+1=2가 돼야 하는데 3이 나온 꼴이었다. 주중대사관 관계자는 “통계의 한계가 있으니 참고만 해달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올해 처음이 아니고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GDP 부풀리기는 중국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실적 과시를 위한 욕구가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지방에서 고성장을 일궈 실적을 평가받은 뒤 중앙으로 진출하는 게 중국의 지도자 양성 유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고성장을 포기하는 듯한 중국 지도부의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경제를 책임진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성장보다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달 29일 당 중앙위원들을 앞에 두고 “앞으로는 GDP 성장률이 높다고 영웅이라 부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우지웨이(樓繼偉) 국무원 재정부장은 며칠 전 “성장률 6.5%나 7%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바오바(保八·8%대 성장률 유지)가 필수적이란 게 그동안의 정설이었다. 중국 경제 전문가는 “예전에 개혁은 성장이란 신성한 제단 위에서 희생됐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7%대 성장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2분기 성장률 7.5%가 나왔고, 해외에서는 경착륙 운운하는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지만 정작 중국 정부는 ‘쿨’하다.


(경향DB)


중국 경제는 이제 내수와 소비 중심, 경제구조 개혁을 꾀하면서 본격적인 중(中)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 원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갈지는 미지수다. 그 가운데 가장 중국을 괴롭힐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끊임없이 불거지는 ‘중국 경제 위기론’이다. 최근에도 “향후 3년 이내 성장률 3%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이다” 등등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표현들이 등장하고 있다. 과도한 지방정부 부채와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등 중국 경제의 3대 위험요인에 경제 위기론에 따른 심리적 불안요인이 가세한다면 중국 경제가 진짜 경착륙할지 모른다.


중국 경제 위기론은 단순히 볼 문제는 아닌 듯하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누군가 과도하게 부채질하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돈줄을 풀어 성장률을 끌어올리면 이득을 볼 수 있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투기 자본 역시 그중 하나다. 과거 2003년과 2008년 중국 경제 위기론이 불거졌고, 중국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으며 다른 나라 증시에도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과도한 경기부양은 반드시 후유증을 남긴다. 현재 중국 경제를 괴롭히는 문제점은 상당 부분 당시에 잉태된 것들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국 경제의 경착륙, 대쇠퇴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거셌지만 현실화됐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러나 GDP 통계 부풀리기가 보여주듯 중국 경제 위기론은 중국의 불투명성과 억지가 자초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5일 발표된 2분기 성장률 수치를 두고 <중국의 몰락>을 쓴 고든 창은 미국 언론에 “2분기 성장률은 3~4%대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도한 중국 경제 위기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신뢰성 제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okc@kyunghyang.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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