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주중대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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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주중대사의 역할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6. 7.

권영세 10대 주중 한국대사가 지난 4일 취임식을 갖고 외교관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외교 경력이 전무하지만 대통령의 측근이란 점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권 대사는 우선 중국의 대북정책을 편견 없이 주시해야 한다. 중국을 보고 싶은 대로만 본다면 반북과 친북을 오락가락하는 것 같은 중국의 전략적 모호성에 휘말릴 수 있다. 영국의 외교 전문가로 중국 사회과학원 방문학자를 지낸 마크 레너드는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란 저서에서 “세계가 부상하는 중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여기에는 중국을 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방이 중국 관리방안에 몰두하는 사이 중국은 서구의 몰락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서방 세계의 행위를 중국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도록 만들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는 의미다. 마크 레너드의 말을 한·중 관계에 적용한다면 한국은 중국의 대북정책을 우리와 보조를 맞추도록 이끌려하겠지만 중국은 역으로 한국을 자신들의 대북 정책에 부합하도록 설득하려 할 것이란 얘기도 가능해진다.


권영세 (경향DB)


북한의 핵무기 집착과 한반도 긴장고조 행위에 중국이 분노하고 좌절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게 흔하나 국내 일각에서처럼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북한 버리기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일 성싶다. 여전히 “북한은 두드릴수록 강해진다”고 믿는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많다.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특사로 중국을 다녀간 후 중국에서는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선조치를 요구해 온 우리와 미묘한 시각차가 발생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 대사는 중국의 대북 정책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우리의 대응과제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에서 중국의 대북 정책에 지나친 환상을 갖고 있다면 교정해야 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 대사가 이번에는 대중 외교의 종합상황실장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중국의 속내를 알기 위해선 공산당 및 군부의 핵심 인사들과 접촉을 강화해야 한다. 불투명한 정책결정 구조상 대중 외교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중국 외교부는 집행기구 성격이 강하고 큰 그림은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에서 틀이 잡히지만 구성원이 누구인지도 확실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왕후닝 정치국원이 이끄는 중앙정책연구실이 외교 정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외부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중국 군부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복심으로도 불리는 권 대사가 중국으로서는 얘기를 나누고 싶은 상대일 수도 있다. 국내 언론에도 실세 대사의 기용 배경으로 항상 등장하는 해석이 중국 고위층과의 교류 및 정보 획득의 강화였다.


역대 주중 대사 가운데 높은 평가를 받는 홍순영 전 대사는 2000년 9월 베이징에 부임해 주창준 당시 북한대사를 북한 대사관으로 찾아가 만났다. 주 전 대사가 베이징 주재 외교사절단 단장을 맡고 있었고,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던 시대적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다. 권 대사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긴 현재 여건상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잘 가동돼 그가 북한 대사와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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