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언사에 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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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오관철의 특파원 칼럼

화려한 언사에 취하지 말자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6. 27.

27일 시작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두고 한·중 양국 모두 기대가 높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 때 대미 편중외교로 중국이 많이 섭섭해했고 천안함, 연평도 포격사건을 거치면서 대응방향을 두고 양국이 수교 후 최악의 상황까지 갔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양국 관계는 바닥을 쳤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개인적 친분, 닮은꼴 정치인이란 점도 박 대통령의 방중에 거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제재에 찬성하고, 미국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주창하고 나서면서 중국과 우리가 같은 편이 됐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앞으로 5년 동안 박 대통령과 한·중관계를 끌고갈 시 주석은 어떤 지도자일까? 그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무엇이고 달라지지 않은 점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꺼내는 이유는 그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래야 우리가 중국을 아전인수 격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중국 분석가들은 요즘 시 주석을 마오이스트라고 평가한다. 베이징 정가에 밝은 홍콩과 서방 언론에서도 그런 표현이 곧잘 등장하고 있다. 이는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이 구사하던 용어와 정책을 자주 차용하는 데 따른 것이다. 홍콩 정치분석가 윌리 램은 “시 주석은 대중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서고, 로봇처럼 행동하던 후진타오 전 주석보다 대중에게 친근감을 준다. 하지만 그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마오이스트”라고 진단했다. 시 주석 집권 후 학계와 언론에 대한 통제는 한층 강화됐다. 지난 5월 중순 공산당 중앙판공실은 각 대학에 지침을 보내 언론의 자유, 인권, 공산당의 역사적 오류 등에 대해 토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시 주석이 구사하는 낡은 정치언어의 부활을 보면서 그에게 많은 개혁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하고 있다. 물론 당의 부패를 척결하고 당원들에게 대오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강한 용어를 구사하고 있을 뿐 마오이스트와 거리가 멀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마오의 유령이 중국 대륙을 다시 떠돌고 있다는 탄식도 들린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 강연에서 “시진핑은 독실한 사회주의자이며, 공산당 영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큰 변화를 겪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 역시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향DB)


다음은 시 주석이 민족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한 지도자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의 꿈’을 정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베이징의 중국어학원 강사들도 중국어 회화를 배우러 온 외국인들에게 ‘중국의 꿈’을 주제로 작문을 해 오라는 숙제를 낼 정도로 ‘중국의 꿈’은 대륙을 지배하는 유행어가 됐다. ‘중국의 꿈’은 강력한 국가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곧 ‘중국의 꿈’인 것이다. 중국 역사학자 장리판은 “시진핑이 중국을 세계의 넘버원 초강대국으로 만드는 방안을 이야기하면서 민족주의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주권 수호 의지를 강화하는 것은 우리에게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중화주의는 한반도를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 두려는 생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을 빨리 하려고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이란 말이 있다. 반중(反中)은 물론이고 한·중관계의 미래에 대한 과장된 찬사와 조급함은 버려야 한다. 한·중관계가 과거처럼 냉탕과 온탕을 오가지 않기 위해선 중국의 외교적 언사와 환대에 취하지 말고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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