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은 언론기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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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영환의 워싱턴 리포트

클린턴은 언론기피증?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9. 6.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사진)의 언론기피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선후보가 270일 넘게 기자회견을 한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스캔들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부터 지지율에서 앞서면서 승리를 낙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까지, 여러 해설이 나온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클린턴은 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274일째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5일 아이오와에서 가진 기자회견이 마지막이었다. 상대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올해 17차례 공식 기자회견을 한 것과 대조된다. 보그의 클린턴 캠프 담당기자는 “클린턴을 담당하는 건 살짝 겁먹은 가젤을 먼 거리에서 쫓아가는 것과 같다”고 썼을 정도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케인은 지난 1일 ABC 인터뷰에서 “클린턴은 가는 곳마다 언론과 대화한다. 기자회견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반론했다. 하지만 수행기자의 질문에 형식적으로 답하거나 1 대 1로 인터뷰하는 것은 공식 기자회견이라 하기 어렵다. 미국 언론이 말하는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거나 문항 수를 한정하지 않고 ‘질문과 답변을 충분히 주고받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미디어를 꺼리는 것은 e메일 스캔들이나 클린턴재단 기부자 문제 등 온갖 의혹들에 대한 질문을 받기가 불편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언론에 자유로운 질문을 허용하면 남편 빌 클린턴의 과거 ‘지퍼게이트’까지 튀어나올 수 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클린턴의 언론기피를 “트럼프의 헛발질을 기대하며 시간끌기(run out of the clock)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클린턴은 다시 불거진 e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부 일정도 선거를 두 달 앞둔 후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주 트럼프가 워싱턴주를 거쳐 멕시코를 방문하고 다시 애리조나에서 이민정책을 발표하는 동안 클린턴은 오하이오에서 재향군인회 연설을 한 게 전부였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1~2%포인트로 좁혀지자 시간끌기 작전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위스콘신주 마켓대학 여론조사 전문가인 찰스 프랭클린은 “클린턴은 국제우주정거장에 앉아 트럼프가 자멸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올가을을 보내도 된다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클린턴이 그사이에 주력한 일은 선거자금 모금이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갑부들에게 물어보라”며, 클린턴이 모금행사에 여름 대부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은 지난달 마지막 2주 동안 22번의 모금행사를 했고 총 5000만달러(약 560억원)를 긁어모았다. 막판 선거전 자금을 확보해놓겠다는 것이지만, 클린턴 지지를 공개선언한 뉴욕타임스조차 이런 행보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신문은 “클린턴은 몇 달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으나 비벌리힐스와 실리콘밸리의 갑부들로부터는 수백개의 질문을 받고 대답했다”며 “클린턴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 수십만달러를 쓸 수 있는 부자들에게는 만남 이상을 허용했다”고 비꼬았다.

 

클린턴은 비판을 의식한 듯, 노동절인 5일 유세에는 전용기 ‘힐포스원’에 기자들을 함께 태우고 유세현장을 찾기로 했다. 클린턴 전용기에 언론이 동승하는 것은 대선 과정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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