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시진핑 시대의 고민 ‘공평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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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시진핑 시대의 고민 ‘공평 사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11. 28.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이 신속하게 권력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태자당(太子黨·당 고위 간부 자제나 후손들)을 중심으로 당과 군부 내 터전이 막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 교역 규모나 한반도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중국 정치가 안정된다는 것은 우리로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국 내에서도 새 지도부가 빈부격차 해소에 큰 관심을 기울이자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백성)들의 기대감이 커 보인다. 정치 얘기를 꺼리는 중국인들도 여럿 모인 자리에서 “시진핑, 하이커이(還可以·그런 대로 괜찮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정치 분석가들은 시진핑 시대에 태자당이 절정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1980~90년대가 태자당의 맹아기였다면 지금은 성숙기란 표현도 등장한다. 우선 중국을 다스리는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최대 4명까지 태자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시진핑 외에 위정성(兪正聲)·왕치산(王岐山)이 태자당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장더장(張德江)은 상하이방으로 분류되지만 부친이 인민해방군 소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장더장을 태자당으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 태자당은 좁게 보면 권력 핵심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범위를 넓히면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포진하고 있다. 혁명원로나 최고위급 간부 출신들의 2세나 3세가 아니더라도 전·현직 당 간부의 자녀, 중앙·지방정부 관리의 자녀, 군·경찰 간부의 자녀들을 합치면 수십만명이 넘는 범태자당들이 중국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으며, 백만장자의 91%가 당 간부의 자제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권은 자신의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안심이 된다”는 8대 혁명원로 중 한 명인 보수파 천윈(陳雲)의 말이 태자당의 득세 이유를 간명하게 설명해 준다. 역시 믿을 수 있는 건 가족뿐이라는 의미다.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에는 부를 축적할 기회가 비교적 공평했지만 지금은 태자당이 인맥을 활용해 이익을 독점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고수익 신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맨 앞자리에는 태자당이 있다는 지적도 무리가 아니다.


시진핑은 문화대혁명으로 일찌감치 10대에 하방(下放·농촌 노동)생활을 했고, 동굴집에서 기거하면서 고난을 이겨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역정이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과연 누구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 중국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정당한 성공의 기회를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랑셴핑(郞咸平) 홍콩중문대 석좌교수는 “과거에는 농촌 출신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대도시에 입성해 가난에서 벗어나 부를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사회는 농촌 출신자들에게 신분상승의 기회를 박탈해 버렸다. 좋은 직장보다 잘난 부모를 두는 게 낫다는 말이 진리가 돼 버렸다”고 꼬집는다. 농촌 가정의 자녀가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관영 언론들도 지적한다. 대도시로 나와 대학을 졸업해도 국영기업이나 공무원이 되긴 힘들다. ‘관시’(關係·인간관계나 인맥)가 좋은 사람들에게 늘 밀리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주요 인맥 (경향신문DB)


중국의 태자당이 옛 소련의 노멘클라투라(특권층)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태자당은 현재 중국 공산당의 대주주에 해당한다. 대주주가 직접 경영을 맡았으니 고용된 최고경영자(CEO)보다 대담한 개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 신분 상승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공평사회의 필수조건이다. 이 점은 부의 대물림이 심해지면서 ‘개천에서 용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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