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와 중국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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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오관철의 특파원 칼럼

남북관계와 중국의 역할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2. 27.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okc@kyunghyang.com




지난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한 얘기인데 문제는 내용이다.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중국이 북한에 원유와 식량 지원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는 양국 관계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실성을 따져봐야 한다.


지금은 북한과 중국 관계를 말하면서 냉전시대처럼 ‘프롤레타리아 형제국’이니 ‘혈맹’이니 이런 표현은 잘 쓰지 않고 있지만 두 나라 사이에 체결된 조약은 양국 관계를 규율하는 중요한 규범이다. 1961년 7월11일 두 나라는 ‘조·중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 조약’을 체결했다. 흔히 조(북)·중 조약으로 불리며 전문과 7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조약 2조는 ‘일방이 무력침공을 당할 때 상대방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조는 ‘양국의 공동 이익과 관련되는 일체의 중요한 국제 문제들에 대하여 계속 협의한다’고 돼 있다. 5조에는 ‘양국이 주권존중, 내정불간섭, 평등과 호혜원칙 및 친선 협조의 정신으로 상호 모든 경제적 및 기술적 원조를 제공하고…’란 표현이 들어가 있다. 탈북자의 증언 등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믿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말도 흘러나오는 걸 보면 두 나라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북한과 중국 간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을 것이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의 조약은 쌍방 합의에 의해서만 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두 나라 관계는 겹겹이 상호 결박돼 있다.

북한 군인들이 3차 핵실험 성공 축하집회 (경향신문DB)


중국에서는 첨단 무기가 판치는 세상에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인식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의 꽤 저명한 학자들 중에도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이가 있다. 새로운 변화라는 점에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아직은 극소수다. 베이징의 한 외교관은 “중국은 여전히 경제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관건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북핵 문제 때문에 한반도 안정을 버릴 수 없다는 원칙을 유지할 것이며 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국제 사회가 자국을 주요 2개국(G2)으로 대접하는 데도 부담감을 느낀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 역할론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베이징대를 방문해 ‘북핵 해결과 동북아의 미래, 중국에 기대한다’는 제목의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강연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이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는데,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김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인사에게 ‘한국이 먼저 남북관계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더라”고 전했다. 지금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북·중 간에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술수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북핵 문제가 꼬이는 데 중국의 책임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안보를 미국에 주로 의존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다. 북핵 때문에 야기되는 복잡한 정세와 중·미관계에 따라 한·중관계는 냉·온탕을 오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중 외교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은 중·미 간에 균형외교를 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일방적 희망일 수 있지만 우리가 중국과 신뢰구축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대북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중국의 역할을 보다 강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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