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중 개혁의지 시험대 ‘인민은행 독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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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중 개혁의지 시험대 ‘인민은행 독립성’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3. 26.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위상은 한국이나 미국과 많이 다르다. 우리로 치자면 한국은행, 미국으로 따지면 연방준비제도(연준)에 해당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은 기대하기 어렵다. 인민은행이 국무원에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총리가 외국 총리와 확대 회담을 하는 자리에 인민은행장이 배석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연준 의장이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것과는 딴판이다. 중앙은행은 돈을 풀어 국민들의 환심을 사는 데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부나 정치권을 견제해야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 시점에 인민은행 얘기를 꺼내는 것은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개혁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하강기에 모르핀식 단기 처방의 유혹은 심해지고, 돈줄을 풀라는 외부 압력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올해를 경제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의지를 보여온 중국이 과연 안정적 성장, 구조조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팔뚝을 자른다는 각오로 개혁에 나서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말처럼 의지가 예년과 달라 보이는 건 사실이다.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신호도 엿보인다. 지난 7일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첫 번째 디폴트(채무불이행) 사례가 발생한 것도 그중 하나다. 툭하면 문제가 된답시고 구제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힐 만하다. 지난 17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2%로 확대한 것은 부족하긴 하나 미국 정부의 환영을 받을 정도로 의지는 평가받았다.

산업 구조조정의 원칙으로 중국은 3C, 즉 소비(consumption)·신형도시화(city)·환경보호(clean)를 설정하고 있다. 투자와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에너지 고소비형 경제를 탈바꿈시키지 않고서는 중국 경제의 질적 도약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가오리(張高麗) 상무부총리는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서 “경제개혁은 시장 원리를 더욱 확대하고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 (출처 :AP연합)


문제는 최근 경기하강 조짐이 완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2월 중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저조했고, 올해 성장률 목표 7.5%에 미달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 모델을 전환시키면서 성장률 목표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한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경제성장으로 정통성을 유지해온 공산당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기도 한다. 국내외 증시에서도 중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부양책으로 지급준비율 인하,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거론하면서 관련 수혜주를 점치는 보고서들이 등장했다. 24일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통화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에 경기부양을 요구하는 대내외 압력이 고조되면 개혁이 성장의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문제는 성장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펴면 부채, 과잉설비 등 구조적 문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지나치게 돈을 많이 풀어 발생한 후유증은 이미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이 얼마나 이를 악물고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개혁 의지가 없다고 폄훼할 필요도 없겠지만 제도적 한계로 개혁이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우려는 상존한다. 취약한 인민은행의 독립성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중국이 개혁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위상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중국 밖에서도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위기론은 글로벌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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