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위구르족을 벼랑으로 내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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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오관철의 특파원 칼럼

누가 위구르족을 벼랑으로 내모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5. 7.

위구르족 문제가 중국의 대내 안보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톈안먼(天安門) 차량 돌진 사건, 지난 3월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 기차역 흉기 난동사건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신장(新疆)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위구르족이 연루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정치적 자유는 없어도 치안은 웬만큼 안심이 된다던 중국인들이 테러 공포에 노출되고 있다.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중국 당국은 엄정한 조사를 거쳐 불안의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서둘러 사건을 봉합하면서 위구르족의 테러만 부각시키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구필합 합구필분(分久必合 合久必分·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며 합쳐진 후 오래되면 반드시 나누어 진다)’의 역사적 경험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까. 테러 분자 척결만 외치는 중국 지도자들을 보면 신장이 중국으로부터 떨어져 나갈 두려움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신장은 1759년 청나라 건륭제 때 중국에 편입된 후 분리독립 운동, 자치국가 설립, 다시 중국에 병합 등 곡절 많은 역사를 갖고 있다.

위구르족이 개입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중국 관영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이 분열주의, 극단적 종교주의, 테러리즘이다. 하지만 경제적 불만이나 개인적 원한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의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


최근 신장위구르 유혈충돌 사건 (출처 :경향DB)


우루무치 폭발사고 용의자인 37세의 위구르족 남자는 신장 아커쑤(阿克蘇) 지구 출신이다. 아커쑤에서는 지난 12일 위구르족 소년(17)이 오토바이를 타고 신호등을 무시한 채 질주하다 경찰의 총격을 받고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쿤밍 흉기 난동사건 후 윈난성 위구르족들이 신장으로 강제이주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3년 테러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톈안먼 차량 폭발사고가 위구르 독립단체의 테러라고 규정한 중국 당국의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것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당시에도 칠순 노모와 임신부가 포함된 일가족 3명이 한꺼번에 자살 테러를 감행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서부대개발을 추진하면서 위구르족의 삶이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경 대응과 함께 유화책을 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우루무치 사고 후 장춘셴(張春賢) 신장 당서기의 유화통치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춘셴은 중국에서 가장 개방적인 관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09년 7월 우루무치에서 한족과 위구르족 간 대규모 유혈충돌로 190여명이 숨진 뒤 신장을 맡았다. 


이후 그는 시장에서 위구르족과 양꼬치에 맥주를 마시며 위구르족 달래기에 나섰다. 당 간부들을 시골로 내려가도록 했고, 위구르어를 배워 봉사하도록 했다. 2012년에는 두 개의 무슬림 기념일을 만들어 4일간의 휴일을 줬다. 올 1분기 신장의 경제성장률은 10.2%로 중국 평균을 웃돌지만 위구르족 사회에서는 경제 개발에 따른 이익이 한족에게만 돌아간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우루무치역은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한족들로 붐비고 있으며, 위구르족은 취업에 차별을 받고 있다. 유화책이 위구르인의 가슴을 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헌법 제4조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민족은 평등하다. 국가는 소수민족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며 각 민족의 발전과 평등, 단결, 상호협력을 보호해야 한다. 타민족에 대한 어떠한 압박과 편견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련의 사건이 신장 독립을 추구하는 극단적 성향의 외부 세력이 개입된 테러인지, 경제적 불만과 억압적 소수민족 정책에 반발하는 저항인지 잘 따져야 한다. 위구르 망명단체들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은 진정한 자치이지, 독립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는 것도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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