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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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79

홍콩 민주화 시위의 ‘속살’ 올여름, 중국 대륙은 드라마 으로 뜨거웠다. 새로운 줄거리는 아니다. 당나라 수도 장안성에 자객들이 침투해 장안성이 위험에 빠지자 군인 출신 사형수를 비밀 투입해 위기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옛 시간 단위 ‘시진’을 끌어와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미국 드라마 에서 구성을 따온 듯한 이 드라마가 ‘중국판 짝퉁’으로 전락하지 않은 것은 철저한 역사 고증 덕분이다. 시간적 배경이 되는 정월대보름의 풍속을 상세히 묘사하고 당나라 시대 화장법과 복식 등은 원형에 가깝게 고증했다. 단순한 역사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라는 찬사가 나왔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기록을 근거로 제시한다. 직책이나 풍속을 설명하는 자막이 유독 많다.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했지만 정사(正史)만 따르지는 않았다... 2019. 8. 21.
톈안먼과 조기 29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국기게양대에는 오성홍기가 깃봉에서 한참 내려와 달려 있었다. 지난 22일 사망한 리펑(李鵬) 전 총리의 영결식이 이날 치러졌다. 톈안먼 광장의 조기는 오롯이 리 전 총리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게양됐다. 리펑 전 총리. 그는 ‘톈안먼 학살자’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인 톈안먼 사태 때 그는 총리였다. 계엄령을 선포했고 탱크를 앞세운 군부대를 투입했다. 중국 당국이 밝힌 희생자는 수백명이지만, 1만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이 톈안먼에서 사라져 간 지 30주기 되던 6월4일, 중국 당국은 톈안먼 광장의 경계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어떤 추모 행사도 열리지 못했다. 중국 영토 중에서는 겨우 홍콩에서만 톈안먼 희생자를 기.. 2019. 7. 31.
젖은 쓰레기, 마른 쓰레기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홍콩 노래 ‘상하이탄’이 최근 상하이에서 ‘쓰레기 분리 송’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물티슈는 물기가 얼마나 있든 마른 쓰레기, 해바라기씨 껍질은 말라비틀어졌어도 젖은 쓰레기, 돼지가 먹을 수 있으면 무조건 젖은 쓰레기….” 가창자의 진지함이 가사 내용과 대비되면서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끌고 있다. 상하이탄이 쓰레기 분류 노래로 패러디된 이유는 상하이시가 지난 1일부터 역사상 가장 엄격한 ‘생활쓰레기 관리 조례’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사는 대다수 한국 교민들은 인터넷 등 각종 통제에 미치도록 답답함을 느끼지만, 쓰레기에 관해선 ‘자유’를 느끼곤 한다. 정해진 요일에 쓰레기를 배출할 필요가 없고, 음식물과 재활용품을 따로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아파트는 층.. 2019. 7. 10.
개목줄 사기극, 신종 ‘펑츠’ 중국에 개를 대상으로 한 ‘펑츠(자해 공갈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풀어서 설명하면 개 물림 ‘할리우드 액션’ 사기극이랄까. 지난달 간쑤성 란저우에서 일어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남성이 개를 산책시키고 있는 여성 견주를 따라가다가 견주가 한눈을 판 사이 개에게 달려들어 밀친다. 놀란 개가 짖으면서 날뛰는 틈을 타 개에게 물린 척하고 견주에게 치료비를 뜯어낸다. 사건 당사자이자 목격자인 개가 증언을 못하니 속수무책 당하기 일쑤다. 란저우뿐 아니라 각지에서 비슷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경찰은 범죄 예방을 위해 사기 수법을 자세히 알렸다. 그런데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예상과 정반대였다. 되레 사기꾼 남성을 응원하고 나섰다. 대부분이 “이 ‘펑츠’는 지지한다” “악은 악으로 다스려야 한다”면서 ‘당.. 2019. 6. 26.
마윈의 야한 주례사 “업무에서는 ‘996’ 정신이 필요하고, 생활에서는 ‘669’를 지켜야 합니다.” 매년 5월10일은 ‘알리데이’다. 알리바바그룹 직원들의 축제인 이날 최고 하이라이트는 102쌍이 올리는 합동결혼식이다. 주례는 마윈(馬雲) 회장이다. 올해 주례사의 핵심은 996과 669였다. 마윈은 “알리바바의 남성들은 생활에서 669를 지켜야 한다”면서 6일에 6번 그리고 ‘오래’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9(九)의 중국어 발음인 ‘지우’는 오랠 구(久)와 같다. 주례를 한 마윈 회장도 웃었고 신혼부부와 내빈들도 웃었다. 669가 성적 의미가 담긴 야릇한 말이라는 사실은 현장에 있던 이들도, 또 동영상이나 기사를 통해 본 중국인들도 모두 다 안다. 마윈은 장시간 노동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담긴 996을 옹호했다가 철퇴를 맞.. 2019. 5. 28.
중국의 ‘체리 자유’ 요즘 웨이신·웨이보 같은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체리 한 개를 든 사진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체리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한 개 가격은 2위안 정도. 300원이 넘는다. 사진에는 ‘나는 언제쯤 체리 자유(車厘子自由)를 누릴 수 있냐’는 한탄의 글이 함께 있다. 저렴하고 다양한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중국에서도 체리는 선뜻 사기 힘든 과일이다. 500g당 80위안 정도로 다른 과일에 비해 3배 수준이다. 중국산에 비해 당도가 높은 외국산은 비싸도 인기가 높다. 체리가 자유의 상징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올 초 ‘26세, 월급 1만위안, 그래도 체리는 못 먹는다’는 글이 화제가 되면서다. 대학원 졸업 후 베이징의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26세 여성. 겉으론 대도시의 멋진 커리어우먼이지만 실제론 체리도 마음껏 .. 2019. 5. 8.
중국의 칭찬 단톡방 성적이 안 좋아도, 이성 친구와 헤어져도, 혹은 취업을 못하더라도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상황이든 칭찬받을 수 있는 무적의 칭찬 단톡방이 있기 때문이다. 이 단톡방에서 조롱·딴지는 금지다. 누구든 ‘칭찬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단톡방 멤버들이 무한 칭찬을 보낸다. 중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진 ‘콰콰췬(誇誇群)’이다. 콰콰췬에서는 인생 문제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모든 것이 칭찬 대상이다. “친구들은 다 꽃구경 떠났는데 나만 빈 기숙사에서 외롭게 있어. 칭찬 좀 해줘”라고 올리면 “독립심을 키울 좋은 기회야” “면벽 수행으로 인류의 영웅까지 될 수 있어”라는 칭찬과 위로가 올라온다. 우산을 분실했단 글엔 “사람은 안 잃어버렸으니 최고지” “새 우산을 살 수 있게 됐어!” “휴대폰은 안 잃어버려 여기에.. 2019. 4. 17.
부모 부양형 캥거루족 ‘소명성(蘇明成)식 캥거루족.’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인기와 화제를 끌고 있는 드라마 가 유행시킨 신조어다. 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세 남매가 아버지를 부양하게 되면서 불거지는 갈등과 가족 간 화합을 그리고 있다. 소명성은 주인공 가족의 둘째 아들 이름이다. 모범생 형, 여동생과 달리 학업에는 뜻이 없지만 ‘효심’을 내세워 비위를 맞추면서 부모님의 지갑을 열게 한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결혼 자금은 물론 집안 인테리어비, 자동차 구매비용까지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캥거루족(자립할 나이가 됐지만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그는 형제들의 책망에 “집안 돈 가져다 썼지만 아버지를 모시지 않냐. 온갖 시중을 다 들고 있는데 내가 왜 캥.. 2019. 3. 27.
스탈린에서 연인들 선물로…중국 배추 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지 두 달 만에 소련을 방문해 두 달 간 머물렀다. 마오쩌둥의 첫 해외 순방이다. 모스크바로 출발하기 2주 전인 12월1일, 중국 공산당 산둥(山東)지국에 긴급 전보가 도착했다. 전보에는 “소련 스탈린 동지의 칠순을 맞아 당 중앙이 산둥의 배추, 무, 파를 선물하기로 결정했으니 최상급으로 준비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산둥 배추 2500㎏은 다른 선물과 함께 소련으로 건너가 스탈린에게 전달됐다. ‘배추 외교’가 ‘판다 외교’의 역사를 훨씬 앞서는 셈이다. 배추는 ‘중국의 국민 채소’이자 중국인들의 자부심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오래 저장할 수 있는 데다 조리법이 다양해 활용도가 높다. 특히 북쪽 지방에서는 가구당 수백㎏씩 배추를 저장해.. 2019.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