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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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79

온기 잃은 도시 베이징의 명물 ‘둥피’가 사라졌다. 베이징 동물원 의류 도매시장의 줄임말인 ‘둥피(動批)’는 중국 북부 지역의 최대 의류 집산지다. 1990년대부터 동물원 근처에 들어서기 시작한 의류 도매상가는 10여개로 늘어났다. 도매시장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동물원에 판다 구경 가는 게 아니라 옷 구경하러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베이징 관광 코스 중 하나로도 꼽혔다. 둥피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는 3만명, 일일 방문객 수는 1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베이징시 도시정비계획에 따라 둥피는 지난달 30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른 상가들은 이미 문을 닫았고 둥딩(東鼎)이 이날 마지막 영업을 했다. 정리 세일 기회를 잡으려는 알뜰 소비자들과 사라져 가는 둥피의 마지막 모습을 담으려는 시민들이 몰렸.. 2017. 12. 6.
시골 사당의 차신과 광군제 허베이(河北)성 이(易)현 시골 마을에 있는 한 사당은 1년 수입이 17억원에 달한다. 특별히 큰 운영비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들어오는 돈이 그대로 수입이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사당이다. 광활한 중국 대륙에 사당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유독 이곳에 사람과 돈이 모이는 이유는 뭘까. 바로 차신(車神)이라는 21세기 신 덕분이다. 긴 수염을 늘어뜨리고 도포를 입은 차신은 두 손으로 자동차 핸들을 꼭 붙잡고 있다. 사당 한쪽 벽에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그려져 있다. 운전면허시험을 보기 전에 여기 와서 절하면 찰떡같이 붙고, 교통사고도 나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자동차 핸들과 신이라는 어색한 조합은 소셜미디어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관리인은 하루에 한 번 ‘공덕함’에 모인 돈을 수거해 간다. 많.. 2017. 11. 15.
유학생의 점퍼 최근 중국의 한 명문대의 한국인 유학생회가 학교 법무처로부터 경고문을 받았다. 유학생회에서 단체 점퍼를 맞춤제작하면서 대학명과 휘장을 넣은 것이 명백한 지적재산권 위반이라는 내용이었다. 대학 측은 해당 휘장이 상표등록이 된 무형재산이기 때문에 재학생이라 해도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유학생회는 결국 제작을 취소하고 이미 받은 점퍼 비용을 환불 조치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대학들은 재학생들이 비영리 목적으로 휘장을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흔히 중국을 ‘가짜의 천국’ ‘세계의 짝퉁 공장’이라고 부른다. 서방국가에서 중국을 공격하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적발된 가짜·위조 상품 중 80%가 중국산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슈퍼 301조’도 중국의 지재권 보.. 2017. 10. 25.
잘나가던 프로그래머의 자살 중국의 무료 인터넷 전화 애플리케이션인 위폰(WePhone)의 개발자 쑤헝마오(蘇享茂)가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위폰은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을 무기로 2000여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인기 앱이다. 쑤헝마오는 자살 직전 위폰의 메인 창에 “회사 대표가 악처에게 죽임을 당해 더 이상 위폰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잘나가는 프로그래머인 쑤헝마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쑤헝마오는 지난 3월 말 결혼정보 모바일 앱인 시지쟈위엔(世紀佳緣)에 가입했다. 이 회사는 전도유망한 쑤헝마오에게 VIP 회원자격을 부여했고, 현재 전처가 된 아름다운 ‘그녀’를 소개받았다. 6월에 백년가약을 맺고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운명 같던 사랑은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이혼 과정도 순조롭지 .. 2017. 9. 27.
공산당과 하이디라오 한국에도 진출한 중국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음식점 하이디라오에는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여전히’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불과 10일 전 쥐가 제 집처럼 돌아다니는 불결한 주방이 공개되면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위생 상태가 낙제점을 받았지만 하이디라오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그래도 한번 봐줘야 한다” “여전히 좋다” 등 옹호하는 글은 물론 “다른 식당이라고 더 깨끗하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이디라오의 인기가 불결한 주방 공개를 계기로 오히려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하이디라오는 특급 서비스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으며 전국에 117개 지점이 있고 로스앤젤레스, 싱가포르, 도쿄, 서울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연간 매출액 5000억원을 넘고 직원도 2만명에 달한다.. 2017. 9. 6.
분리수거 강제 시행 앞둔 중국, 각양각색 쓰레기통으로 독려 ‘화분형 쓰레기통’ ‘말하는 쓰레기통’ ‘태양열 쓰레기통’…. 한 해 2억t에 가까운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는 중국은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분리수거를 강제로 시행하고 2020년까지는 주요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0년부터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분리수거를 시행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강제 시행이 다가오자 중앙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각 지방정부는 갖가지 쓰레기통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주민들의 비판도 나온다. 신식시보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시에는 ‘화분형 쓰레기통’이 등장했다. 위쪽에 녹색 식물을 심어 놓아 멀리서 보면 마치 화분으로 보인다. 지역 환경위생관리감.. 2017. 7. 28.
24시간 서점과 무인 편의점 대만 타이베이의 청핀(誠品)서점 둔난점은 낮보다 밤이 더 활기차다. 24시간 문을 여는 이 서점의 ‘골든타임’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부터 데이트를 하는 커플,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 등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좋은 책은 외롭지 않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좋은 책 주변에 모여든다. 책을 보러 왔다 커피를 마시며 얘기도 나누고, 문구나 생활용품을 사기도 한다. 인파를 쫓아 서점 입구에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들어섰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과 문화와 경제 활동이 선순환한다. 이 서점이 특별한 이유는 24시간 문을 열기 때문만이 아니다. 도서관처럼 꾸며진 서가 곳곳에 수백개의 의자가 있다. 잡지나 화보 같은 고가의 서적도 밀봉해놓지 않는다.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아.. 2017. 7. 26.
‘홍당무 채용’ 올해 29살인 류루이링은 2년 전 세계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역사교사가 꿈인 그는 고향인 산시성 뤼량시 직속 교육기관의 모집공고를 발견하고 흥분했다. 열심히 준비했고, 200명 넘게 응시한 필기시험을 가뿐히 통과했다. 면접 대상자 6명 중 2명을 뽑는 3 대 1의 경쟁률. 석사학위 소지자는 류루이링뿐이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 인사과에서 갑자기 면접시험 자격 취소를 통보해왔다. 모집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역사학 전공자만 응시할 수 있는데 당신의 전공은 세계사이지 역사학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했다. 역사학의 세부과목인 세계사가 역사학에 속하지 않는다니.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너무 당연한 이치라 세계사가 역사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관.. 2017. 7. 5.
포토샵 교장 청두시의 한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중국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을 본 이들은 분노했고 학생들의 마음에는 생채기가 났다. 청두 룽취안(龍泉)고등학교 고3 학생들은 지난 5월 졸업 앨범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인화된 사진 속에는 촬영할 때는 없던 교장의 모습이 박혀 있었다. 사진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으로 교장의 사진을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학생들은 “교장선생님, 그렇게 바쁘세요? 이거 졸업 사진인데 어떻게 조작할 수 있죠?”라고 분개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학교 측은 재단에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있다 보니 교장이 반마다 다니며 단체사진을 찍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올해 졸업하는 고3 학생들만 28개 반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장은 이 중 2개 반인 엘리트반 학생들과는 직접 사진을 찍은 것으로 확.. 2017.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