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578

개인의 죽음 도쿄대학 정문에 들어서면 1969년 전공투가 점거했다는 야스다 강당이 보이고 양옆으로 법학부 건물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헌법학자 미노베 다쓰키치, 정치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가 배우고 가르쳤다. 그런데 내가 입학해서 배운 것은 이러한 법학부 역사가 아니라, 재난에 대비하는 방법이었다. 학습실 내 책상 서랍을 여니 헬멧이 들어 있었다. 전공투가 쓰던 것과 같은 모양인데 본래 지진 대비용이라고 한다. 교내 위험물 분포를 익혔고, 대피장소와 이동경로를 외웠다. 자전거보험 안내서를 받았고 공대생은 실험자보험에 가입했다. 이 나라가 개인의 목숨을 소중히 여긴다고 느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베 신조 총리는 “PCR 검사를 늘리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2020. 5. 13.
‘자숙’ 권하는 사회 일본에서 도쿄 등 7개 지역에 ‘긴급사태’가 선언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새 일본 사회는 자숙(自肅)의 ‘공기’(분위기)가 자리 잡은 모습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7일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사람 간 접촉을 70~80% 줄이면 2주 후 감염자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서구 언론들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고 했다. 외출 자제나 휴업 요청이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다. 한 전문가는 ‘80% 접촉 감소’는 도시 봉쇄를 하지 않는 한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선 그런 비관론을 대놓고 얘기하는 이들은 소수다. 오히려 “일본인은 ‘우에사마(上樣·높은 분)’의 말을 잘 따르니까”라면서 달성 가능성을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결국 ‘1억 총자숙’으로 극복하자는 건데, 위화감을 .. 2020. 4. 16.
법으로 야생동물 식용 막을까 중국 선전시가 다음달부터 개와 고양이의 식용을 전면 금지한다. 새 조례에 따라 개·고양이나 야생동물을 식용하면 거래 가격의 최대 30배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고 수준의 처벌이다. 이 같은 조치는 전 세계 동물단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코로나19가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과 연관성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중국은 연이어 관련 금지법을 제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신종 전염병의 70%가량이 동물로부터 비롯된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선전시의 강력한 조치는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지탄받아온 중국의 식문화에 새로운 인식 전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중국의 광시성 위린시에서 열리는.. 2020. 4. 8.
‘공기’를 읽는 법 지난 20일 일본 올림픽위원회(JOC) 인사의 발언이 주목을 끌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 유도 동메달리스트인 야마구치 가오리(山口香) JOC 이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선수들이 만족스럽게 준비할 수 없는 상황에선 도쿄 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상 개최’를 고수하는 가운데 선수단을 파견하는 JOC 인사가 대회 연기를 처음으로 공개 요구한 것이다. 그는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한다는 올림픽은 세계인이 즐길 수 없는 상황에서 열어선 안된다. 개최를 강행해 올림픽 그 자체에 의문의 시선이 향하는 게 가장 두렵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야마시타 야스히로(山下泰裕) JOC 회장의 반응은 예상대로라고 할지. “모두가 힘.. 2020. 3. 25.
코로나19에 빼앗긴 서점의 봄 지난 9일 중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가 특별한 인터넷 생방송을 했다. 제목은 ‘보위 독립서점’. 전국 각지에 있는 5개의 개성 있는 독립서점들이 참여했다. 과거 방공호를 개조해 만든 난징의 셴펑(先鋒)서점, 광저우의 첫 24시간 서점 1200북숍, 충칭의 징뎬(精典)서점, 리커창 총리도 방문했던 항저우의 샤오펑(曉風) 그리고 자싱의 유토피아(烏托邦)서점 창업자들이 직접 출연했다. 창업자들은 이날 책을 소개하지 않았다. 대신 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셴펑서점의 창업자는 서점이 한 달 넘게 문을 닫은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텅 빈 서점을 보면 마음이 찢어지고 괴롭다”고 했다. 셴펑은 영국 BBC방송이 뽑은 세계 아름다운 10대 서점 중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샤오펑서점 .. 2020. 3. 17.
코로나가 들춘 ‘디지털 가난’ 지난달 29일. 허난성 덩저우의 14세 소녀가 자살하려고 엄마의 약을 삼켰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소녀의 어머니가 매일 먹는 약이다. 소녀가 죽으려는 마음을 먹은 것은 ‘인터넷 수업’ 때문이다. 소녀의 아버지는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다. 농사 대신 구두 수선으로 생계를 꾸린다. 어머니는 정신질환이 있어 직업이 없다. 소녀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 언니와 초등학교 6학년 남동생이 있다. 전에도 가난했지만 가난이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가난의 민낯을 강제로 공개해버렸다. 코로나19는 개학을 인터넷 수업으로 대체시켰다. 스마트폰 한 대로 세 남매가 수업을 듣다보니 시간이 부족했다.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빼먹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왜 수업을 안 듣냐고 묻는데 대답하기 싫었다. 죽고 싶.. 2020. 3. 4.
일본의 ‘언더 컨트롤’ 신화 “도쿄 올림픽은 어떻게 될까요?” 지난주 만난 일본인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한 얘기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에서 선수나 관객들이 오겠냐고 했다. 요즘 일본 정부나 언론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게 5개월 남은 도쿄 올림픽 개최 문제다. 지난달 30일 한 인터넷 사이트가 ‘도쿄 올림픽 중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자 ‘가짜 뉴스’ 취급하던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주말 ‘소동’을 봐도 그렇다. 영국 집권 보수당 소속 런던시장 후보가 트위터에 도쿄 대신 런던에서 올림픽을 열 수 있다고 주장한 게 ‘불씨’가 됐다. 일본 언론들은 발언 내용을 보도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터넷 여론도 들끓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이 영국 선적임을 들어 “너희 배나 가져가라”.. 2020. 2. 26.
‘3일내 2000개 병상 만들라’ 쑥대밭 된 우한 기숙사 지난 9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쑥대밭이 된 한 대학의 기숙사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우한에 있는 소프트웨어공정 직업학교(WHVCSE) 기숙사 건물 두 개동 사이로 이불, 세숫대야, 신발, 컵 같은 살림살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학교 2학년 학생 두펑(杜鵬)이 7일 기숙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병동으로 바뀐다는 소식을 듣고 교직원들이 기숙사를 정리하는 과정을 찍은 것이다. 동영상 속 직원들은 기숙사 사물함에 있는 물건을 마구잡이로 꺼내 치웠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일 사진이 담겨 있는 액자도 마치 쓰레기처럼 ‘처리’됐다. 학생들과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학교 측은 빠르게 사과했다. 10일 새벽 발표한 사과문에서 7일 우한시에서 학교 기숙사를 .. 2020. 2. 12.
전염병만큼 위험한 것 #1. “폭넓게 모으고 있다는 인식으로, 모집하고 있다는 인식은 없었다.” 지난달 28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정부 주최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유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일본공산당 미야모토 도루(宮本徹) 의원이 “(총리 지역사무소의) 참가자 모집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원래 ‘공적·공로’가 있는 이들을 초대하는 모임 참가자를 사무소가 대거 모집해도 괜찮냐는 지적에 이런 기상천외한 답변을 한 것이다. 미야모토 의원은 “48년 일본어를 사용해왔지만, ‘모으다’와 ‘모집하다’는 같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0일 시작된 정기국회에서 벚꽃 모임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자료가 없다”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2... 2020.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