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중국 양회와 참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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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공감]중국 양회와 참정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3. 29.

중국의 연간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끝났다. 역시나 전 세계의 관심사는 리커창 총리가 ‘정부공작보고’에서 제시한 6.5~7%의 중고속 성장률에 쏠렸다. 이로써 올해부터 제13차 경제개혁 5개년간 이를 유지하는 ‘신창타이(New Normal)’ 시대가 도래한 것이니, 중국에 대한 세계 경제의 의존 정도로 보면 우려들이 크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공급 측면의 개혁을 최대 정책 기조로, 철강과 석탄 등 과잉생산 해소와 국유기업의 질적 개혁 및 인적 쇄신을 통해 5년 안에 전면 소강사회를 이루어내야 하는 험로에 들어선 것이니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은 그런 점에서 중국 정부의 거버넌스적 역량 강화를 전제로 기업과 ‘친(親)’하되, ‘깨끗한(淸)’ 정경관계, 정부와 기업의 공존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일대일로(一帶一路), 해양과 육지 실크로드 재현의 아시아 경제협력망을 추동하는 한편, 유엔에서 채택된 2030지속가능개발 의제를 ‘13.5’규획에 편입시키고 G20 회원국과 나라별 의제 제정 및 G20 전체 행동계획 마련 등 세계 경제와의 균형적 성장 촉진을 도모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자본의 유연축적체제에 세계 어느 국가·지역보다 기민하게 움직인다는 방증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중국이 기획한 경제협력네트워크가 ‘다른 지역을 과잉생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상이나 자원의 원천으로 간주하는’ 자기모순의 타개책이 아니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중국을 경제적으로만 대상화하는 시각 또한 경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식 정치민주의 실현장소로서 양회의 면면 또한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중국 양회에 참석하고 있는 조선족 등 소수민족 전인대 위원들 모습_연합뉴스

중국의 주간신문 ‘남방주말’(南方週末)은 전인대에서 소수민족들이 어떤 언어로 발표·토론하는가를 화제에 올렸다. ‘전국인민대표대회조직법’에는 전인대 회의 중 소수민족에게 필요한 번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또한 ‘정부공작보고’는 몽골어·장족어·위구르어·조선어 등 7개 언어로 제공된다. 중국은 다민족국가이므로 정치언어의 자유로운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계가 있고 다양한 소수민족 언어까지 소화하지 못하니 정치행위에 제약이 따르는 것이다.

한편 이번 양회에서도 신노동자로 명명되는 농민공 대표의 참석이 화제가 됐다. “도시의 번영은 우리들의 공로인데 우리의 발걸음은 도리어 (이곳에) 머물 수 없네.” 광둥성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이펑쟈오(易鳳嬌)는 신노동자들이 도시의 건설자이면서도 ‘영원한 과객’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한 구절의 시로 참담하게 토로했다. 이에 리커창 총리는 2020년까지 1600만 농민공의 도시거주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나 신노동자의 문제가 정치 의제화되고 도시에 정착, 합법적 주거와 교육 등 사회보장 권리를 누리게 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3억명이 넘는 농민공-신노동자들이 여전히 부유하고 있고, 그 이동하는 삶으로 인해 농촌의 공동화 현상이나 노동자들의 비상사태는 심각한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의 시혜 차원의 잠정 해결방식이 아닌 근본 대책이 필요할 터, 무엇보다 인민정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인민대표대회에 노동자·농민 대표수가 지극히 적은 게 현실(550명 19%)이다. 따라서 인민들이 정치의 다수 주체가 되는 진정한 대표성 정치의 실현, 그를 위한 정치개혁의 선행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중국의 양회가 끝나니 한국이 총선정국이라 야단법석이다. 여고 야고 의석을 차지해 배 불리는 것밖에 모르는 저 몰정치의 화상들에게 절망하기에는 우리의 삶이 참 너무 아프지 않은가. 프리다 칼로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아로새겼을까. 다만 제대로 용서하지 않는 법을 터득할 일이다. 남의 삶을 짓밟은 자들에 대한 보복에 반대하고 관용을 주장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 참정치.


백원담 |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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