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남북 간 말폭탄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여적]남북 간 말폭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4. 1.

국내 금융시장에는 ‘코리안 리스크’가 있다. 남북 간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면 안보불안을 증대시켜 외국인의 투자를 꺼리게 하는 이른바 지정학적 리스크다. 이 코리안 리스크의 유효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북한의 1~2차 핵실험 당시에는 코스피가 5거래일 만에, 3차 핵실험 때는 1거래일 만에 핵실험 이전 주가를 회복했다. 그러다가 지난 1월16일 4차 핵실험 때는 그 여파가 반나절에 그쳤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이 금융시장에서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이슈가 돼버린 것이다.

이를 보면 금융시장에도 생물학적 용어인 ‘역치 현상’이 적용되는 듯싶다. 역치 현상은 같은 크기의 감각이 지속적으로 주어지면 나중에는 그 감각을 느낄 수 없게 되는 순응 현상이다. 화장실의 지독한 냄새가 시간이 지나면 느껴지지 않는 것과 같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남북 간 군사적 위기를 이용한 ‘방산주 단타치기’까지 성행하고 있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협박 발언도 한때 코리안 리스크를 키웠지만 이제는 의례적인 상투어가 돼버렸다. 게다가 남측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대응을 하면서 한반도에서는 남북 간 ‘말폭탄전’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북이 전단(삐라)에 ‘적들이 전쟁의 불을 지른다면 항복서에 도장 찍을 놈도 없이 무자비하게 초토화한다’는 내용을 실으면 합참의장은 “적이 공포와 전율을 느끼도록 하라”고 군에 지시하는 식이다.

북한의 고체연료 엔진 분사시험 모습_연합뉴스


이처럼 남북관계는 장군 멍군식 맞대응이 에스컬레이트되면서 상호 감정싸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평양 진격 대 서울 진격’ 등 말로는 이미 전쟁 상태다. 그런데도 코리안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이틀 전에 남한을 향해 최대출력의 인공위성 위치정보(GPS) 교란 전파를 발사하는 공격을 감행했다며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 GPS 전파 혼신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GPS 교란은 항공기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외국 항공기가 이를 심각하게 여긴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4·13 총선을 앞두고 북한 위협 및 안보 관련 이슈를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