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형마트는 대형마트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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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기고] 대형마트는 대형마트가 맞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2. 6.

 대형마트를 대형마트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영업시간 제한이 위법하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 파기환송되었다. 영업시간 제한 규정은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 점포를 전부 규제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 입법의 근본 취지인데, 이를 법원의 해석으로 축소시킬 수 없고, 처분청이 처분 당시 공익과 사익 요소를 실질적으로 고려했으므로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 요지다.

주목할 부분은 대법원이 영업시간 제한 규정에 대해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입법자에게 부여된 입법 재량에 기초를 둔 것으로 대형마트 등의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 및 대형마트 등과 중소상인 등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 등 공익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경제규제에 관한 입법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 점이다. 또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인의 불편을 수반하나 헌법이 지향하는 것처럼 이는 여러 경제주체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상생하는 경제질서를 구축하고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해 법률로써 어느 경제주체의 경제활동 자유 등을 제한하더라도 그 제한이 정당한 목적과 합리적인 수단에 의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해당 경제주체는 이를 견뎌야 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잡식성 공룡과도 같은 대형마트의 탐욕은 이제 헌법과 법률의 이름으로 제지되어야 함을 최고법원이 밝힌 것이다.


대형마트.SSM 의무휴업제 도입(2012년 5월) 전후 망원시장의 연간 매출액 비교 _경향DB


하지만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규정한 헌법 전문과 경제민주화를 천명한 헌법 규정과 달리 최근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력 집중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빈부격차와 가계부채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청년들은 대한민국 현실을 ‘헬조선’과 ‘금수저’로 비꼬고 있다.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더욱 거대한 형태로 탄생한 복합쇼핑몰은 중소상인의 생계를 약탈하고, 상가 임차인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박탈당하고 있다. 법은 국가의 저울이다. 법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무거운 것을 가볍게 혹은 가벼운 것을 무겁게 다루면 법과 정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깨질 수밖에 없다. 또한 눈금을 해석하는 자가 객관적 해석자로서의 양심이 아닌 정치적 선입견에 기대어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한다면 국민 누구도 그 저울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어쩌면 헌법 정신과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도 바로 법이 저울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 해석조차 대자본과 재벌에게만 유리하게 해온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하급심이 대형마트는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상식 밖의 귀결에 이른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법원이 명쾌한 헌법 해석과 함께 이를 시정한 것은 법과 그 해석자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루빨리 법이 국가의 저울로 자리매김해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 경제민주화의 봄꽃이 만개할 날을 기대한다.


박정만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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