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러시아’ 잘못 읽은 김성환 외교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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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기자메모]‘러시아’ 잘못 읽은 김성환 외교장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12. 23.

지난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러시아는 과연 한국의 입장을 지지했을까.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러시아가 성명서 채택 과정에서 북한 규탄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특정국(중국)’의 반대로 이 성명이 채택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방문한 러시아 대사

하지만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러시아가 보인 태도는 장관의 설명과 다르다. 러시아는 성명 초안에 연평도 포격사건을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의 사격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무력충돌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 초안은 각국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영국은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규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북한’과 ‘연평도’를 빼고 ‘11월23일 사건’으로 할 것을 주장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한국이 대응사격을 한 전후의 사정을 살피지 않고 공격 주체도 없이 ‘11월23일 사건’이라고 뭉뚱그려 놓으면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만약 이 같은 문안이 들어간 의장성명이 나왔을 때 국내 반응이 어땠을지를 상상해보자. 그래도 러시아가 북한 규탄에 동참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러시아는 연평도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분명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했다. 그러나 안보리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주장한 것은 연평도 사건에 대한 한국의 대응과 북한의 반발로 인해 빚어진 지금의 한반도 긴장상태가 우려스럽다는 것뿐이다.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시각과 해법을 갖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입장을 가진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외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며, 이번 한국의 사격훈련 강행으로 그나마 러시아와 공유하고 있던 공통인식이 많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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