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리포트] ‘성장한 중국’ 어디로 튈까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워싱턴리포트] ‘성장한 중국’ 어디로 튈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1. 24.

30여년 전 중국이 계급투쟁 대신 경제성장을 목표로 개혁개방을 선언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를 적극 환영하고 지원했다. 비록 마르크스·레닌주의 등 낡은 정치이념과 공산당 영도의 일당체제를 고수하면서 경제적으로만 문을 여는 부분적 사회 개혁이었지만, 중국은 점진적인 변화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미국·유럽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로 변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 | 연합뉴스 | 경향신문DB 

중국의 엄청난 경제성장으로 인해 전 세계가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기대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중국은 역사상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걸었던 것과 전혀 다른 경로로 접어들었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의 주류 국가들과 다른 가치관과 사회 시스템을 유지한 채 미국과 함께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양대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 같은 중국의 성장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이 갖고 있는 파워가 당혹스러운 것이 아니라 정치적 투명성이나 내적인 성장 없이 외형을 키운 중국이 장차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 당혹스러워한다.

지난해 중국이 센카쿠열도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주변국들에 보여준 강경 대처법과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 문제를 놓고 노르웨이에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려는 모습 등을 보고 이 같은 미국의 우려는 더욱 심각해졌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평화롭게 공존하며 대국으로 성장한다는 ‘화평굴기(和平 起)’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 대해 ‘강호(江湖)에서 금기시하는 암수(暗數)도 서슴지 않는 무림의 새로운 강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 19일 백악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에 인권, 법치, 언론자유 등을 강하게 요구한 것은 단지 도덕적 기준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적 복합성, 정치적 다원화, 투명한 법치를 갖추지 않은 중국의 부상은 전 세계적 위협인 동시에 미국에도 심각한 도전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과 가치체계를 공유하지 않는 존재로 남아 있는 한 이 같은 우려는 사라지지 않는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중국의 인권문제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 미국산 여객기 수백대를 사들이고 수백억달러의 경제협력을 약속한 것보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중국 스스로도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경제성장이나 사회적 통제력을 무한정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중국 지도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정치·사회적으로 완전히 개방된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와 함께 13억 인구의 거대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장악력은 사라지고 엄청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언젠가는 끊기고 말 길을 달리면서도 방향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중국의 현 지도부와 차기 권력이 갖고 있는 딜레마다.

지난해 세계 모든 나라들은 미·중 양국이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모습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두 거인은 ‘앞으로 싸우지 않고 지내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세계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중국은 장차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라는 궁극적 질문에는 여전히 누구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