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핵무기 없는 세상’ 미국이 솔선수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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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기자메모]‘핵무기 없는 세상’ 미국이 솔선수범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8. 30.

1949년 8월29일 옛소련은 카자흐스탄 세미팔라친스크에서 처음으로 핵실험을 실시해 미국과 본격적인 핵무기 경쟁에 나섰다. 이후 모두 456회의 핵실험이 이뤄져 주민들과 주변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겼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1991년 8월29일 이곳을 영구 폐쇄했다.

유엔은 2009년 세미팔라친스크에서 매년 8월29일을 ‘세계 핵실험 반대의 날’로 지정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이날을 맞아 “핵무기와 핵실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새로운 진전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각국에 자발적인 핵실험 모라토리엄(유예선언)을 촉구했다.

반 총장이 핵실험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나라에는 미국과 중국도 포함된다. 유엔은 1996년 모든 나라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채택해 195개 회원국 중 182개국이 가입하고 이 중 152개국이 비준을 마쳤다.

경향신문DB

그러나 이 조약은 아직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핵을 보유하고 있거나 핵기술을 갖고 있는 44개국이 모두 이 조약을 비준해야 하는데, 미국·중국·인도·파키스탄·북한·이스라엘·이란·이집트·인도네시아 등 9개국이 비준을 안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에 6자회담 복귀 전에 취해야 할 사전조치 중 하나로 핵실험 포기 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역시 유엔으로부터 핵실험 포기를 요구받고 있는 신세다.

특히 ‘핵무기 없는 세상’을 표방하면서도 여전히 비준을 외면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다른 나라에 핵실험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합당하지 않다.

북한·이란 등의 핵보유 야망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미국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핵보유국 숫자가 늘어나는 ‘수평적 확산’을 막으려면 핵보유국도 자신들의 핵무기를 줄이고 ‘수직적 확산’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미국이 자신들의 요구에 정당성을 더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진전을 보기 원한다면, CTBT 비준에 반대하는 국내 강경파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먼저 착수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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