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 신임 대사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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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신임 대사가 할 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17.

다음달 초 부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장수 신임 주중 대사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한·중관계가 1992년 수교 후 최고라고 하나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논란으로 양국 관계가 매우 불편해질 수도 있는 미묘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군인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국방장관, 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김 대사는 일각에서 ‘사드 대사’로 불린다. 중국을 상대로 한국 내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양해를 얻어내는 게 주요 목표로 부여돼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의 한 중국 전문가는 “사드는 북핵의 위협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생존의 도구다. 중국을 위협하려는 게 아니란 점을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김 대사의 첫번째 임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사드 논란에 대해 미국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바도 없다는 이른바 ‘3 NO’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드가 배치될지 불투명한 것이다. 김 대사의 구상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위에서 김 대사에게 사드 대사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그의 대중 외교 활동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방한 중인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16일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업무를 협의하기 위해 외교부를 방문해 승강기를 타고 있다. (출처 : 경향DB)


중국 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국내에서 사드 배치가 논란이 되는 것만으로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한국은 사드를 배치하고 싶어하는 것 같고, 중국은 100% 반대할 것이고 양국 관계가 참 갑갑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피습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문안한 자리에서 ‘영원히 함께 갑시다’라고 말한 대목도 중국은 가벼이 넘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도 이런데 우리가 사드 배치로 확연히 기울 경우 중국의 반발 강도는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사드는 배치하고 중국과는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경분리식 접근도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중국은 최우선 외교 순위를 대미 관계 강화에 두고, 중국과는 경제 협력만을 증진시키려 했던 한국의 태도를 못마땅해 했다. 물론 중국이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가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중국은 민족주의적 감정에 불이 붙으면 무서운 나라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경제적 보복이 우리 기업에 해를 미칠 개연성이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1월 방중 기간에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올해 우리 경제의 호재로 저유가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두 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미우나 고우나 부대끼며 살아야 할 나라”라고 말했다. 우리의 국익은 안보와 경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과연 정부 부처 내에도 사드 배치에 대한 인식과 파장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의문이다.

대사는 본국의 훈령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대통령의 측근인 김 대사는 그에 머물러선 안된다. 중국의 기류를 세밀히 파악해 한·중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직언을 마다해선 안된다. 이는 경제를 감안해 중국에 고개를 숙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결론을 가지고 대중 외교를 펼 것이 아니라 중국의 각계 인사들을 접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을 신중하게 평가한 후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사드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중국이 대국임을 들먹이며 우리에게 줄을 세우려 한다면 쓴소리도 해야 할 것이다.

김 대사가 우리 대중 외교의 지평을 넓힐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군 출신이 중국 대사를 맡는 것은 그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중국 군부는 외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그가 인민해방군 영도자들과 ‘관시(關係·인맥이란 뜻)’를 깊게 맺을 수 있는 노장(老將)이란 말도 나온다.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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