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사드 배치 압력에 가만히 있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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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미국의 사드 배치 압력에 가만히 있는 정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5. 21.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북한의 위협을 거론하며 사드 배치를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사드 한반도 배치 주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사드 배치 논의를 본격화하는 느낌이다. 지난 19일 프랭크 로즈 미국 국무부 군축·검증·이행담당 차관보는 “우리가 한반도에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와 공식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제임스 위너펠드 미국 합동참모본부 차장도 “한국 정부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공식으로 어떤 종류의 대화도 시작하지 않았다”면서 “여건이 성숙되면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사드 배치를 거론하며 한·미간 사실상 협의하는 듯 주장하다가 부인하기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를 바꾼 것 같다. 미국의 외교·군사 분야 고위 책임자들이 최근 잇달아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할 의사가 있음을 당당히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현시점에서 공론화를 해도 좋겠다고 판단한 결과가 아닐지 주목된다. 물론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사드 배치 필요성을 제기하는 건지, 한국과 미리 조율한 뒤 미국이 앞장서고 있는 건지는 알 길이 없다.

21일 오전 서울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_ 연합뉴스


그러나 한·미 간 공식 협의를 하면 언제라도 배치할 듯한 기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어제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의 검토가 끝나 한국 정부에 협의를 요청하면 정부는 당연히 협의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중립적 표현이지만 내용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미국은 사드 배치 의사를 이미 밝혔다. 이에 한국은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결과가 어떨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나아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를 배치하면 우리의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해 6월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주한미군이 (사드를) 전력화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환영했다. 그는 지금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이다. 이 때문에 양국 간 사드 배치의 절차만 남겨 놓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국가가 시민을 속이는 일이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 동북아 안정을 해치는 일이 될 것이다. 정부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 사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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