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핵 문제, 제재보다 근원적 해결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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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시론]북핵 문제, 제재보다 근원적 해결이 현명하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3. 3.

사상 초유의 고강도 대북 제재안이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됐다. 감성적으로는 도발에 대한 응징을 가하고 북한의 행동을 제약해 통쾌하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할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임박했다는 문제의 근원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안보리 제재는 회원국들이 이행을 소홀히 했다고 해도 도덕적 비난만 받는다는 점에서 원천적으로 효용에 한계가 있다. 북한의 생계를 위한 석탄 수출은 허용되고 항공유와 로켓연료를 제외한 대북 원유 수출도 막지 못하며 북한은 근로자도 해외에 파견할 수 있다. 요약하면 대다수 회원국들이 안보리 결의안을 지킬 것이므로 향후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접근하면서 제재 결의안의 느슨한 이행을 도모할 것이다. 그 결과 북한에 대한 압박은 큰 효용성을 발휘하기 힘들고 단지 북·중·러 관계의 밀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협의하는 등 미국의 전략 자산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키고 자연스럽게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며, 한·중, 한·러 관계는 전략적 협력 관계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그렇다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써 한국 정부가 확성기 방송 재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사드 배치 검토,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를 추진한 결과는 무엇인가? 핵심은 북한의 핵 위협과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한국의 의존 심화이다. 이는 북한이 30년 이상 남한 전역을 가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핵을 개발했는데, 우리는 몇 배의 국방비를 쓰면서도 이제까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지 못했고 두 차례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한 데다 2008년 12월 이후 북한이 핵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는데도 6자회담 한번 성사시키지 못한 데서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북핵 위협을 억지하거나 방어하는 데 매우 제한적인 효용을 갖는 데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사드 배치 같은 미봉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문제의 근원을 치유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대북 안보에 자신감을 회복한 뒤, 북핵을 적어도 동결시키거나 해결하면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호혜적인 남북 경협을 진흥시켜 ‘대박’이 되는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을 무력화하는 현실적인 방안은 한·미동맹 조약을 핵 안보 보장조약으로 보강하는 것이다. 헌법적 절차에 따라서 미국의 군사 개입이 보장되는 한계를 가진 한·미동맹 조약을 적어도 북한의 핵 위협과 공격에 대해서는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핵 보복이 가동되도록 양국간 조약으로 뒷받침한다면 북한의 핵 위협은 일시에 무력화될 수 있다. 이것이 어렵다면 정부는 우리가 핵 무장을 자제하는 대신 핵미사일로 무장한 핵 잠수함의 한국 항구 상시 배치 등으로 미국의 자동적인 핵 억지 체제 가동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렇게 대북 핵 억지력을 확보한 뒤, 정부는 주도적으로 북한과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주도하여 북핵 동결을 전제조건으로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을 동시 병행적으로 개최한다. 관건은 북한의 핵 포기 보상에 대한 한·미·중 제안과 북한이 이를 거절할 경우 가할 제재안을 3국 합의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우리가 주도하여 평화협정에 소극적인 미국과 북한의 안보딜레마도 고려해주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이 포함된 제안을 합의로 도출해야 한다. 상호안보와 공동안보, 동시행동 원칙이 적용되고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을 동시에 구축하는 제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독이 유럽의 평화공영의 모범국 이미지를 구축해 평화통일을 달성했듯이 한국이 창의적인 외교 리더십을 발휘하여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북아 평화공영을 주도한다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대박 통일의 기반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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