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문 연 미국, 문 닫은 한국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문 연 미국, 문 닫은 한국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3. 4.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어제 중국의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 외에 다른 방식도 추진 가능하다는 의사 표시이다. 러시아도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비핵화가 상당 부분 진척된 뒤에야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한국의 입장과 다르다.

북한이 유엔의 고강도 제재를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이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며칠 새 신형 방사포를 발사하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핵위협 발언을 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핵도발 당사자인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명분이 없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인 위협을 무시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한반도 냉전구도의 산물인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냉전구도를 해체해야 한다.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이 그 본질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다. 지난해 이 방안을 미국에 제안한 적이 있는 북한으로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_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고강도 제재가 이행되면 북한 정권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정부의 논리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문제 해결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제재로 북한이 헌법에 명기한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이미 제도가 된 북핵 해결은 제재만으론 가능하지 않다.

국제사회는 어디까지나 북 체제 붕괴가 아니라 핵문제 해결이 목표이며, 이를 위해 평화적 방식도 논의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중·러가 이를 보장한다면 북한이 수용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도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한 평화보장체계가 먼저 수립되어야 비핵화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필수다. 한국이 미·중·러 3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무조건 압박 일변도로 가다가는 자칫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어느 때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