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성공 신화, 중국엔 또 다른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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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오관철의 특파원 칼럼

알리바바 성공 신화, 중국엔 또 다른 숙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9. 24.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 큰 호재로 여겨질 만하다. 중국인들 역시 알리바바와 마윈(馬云) 알리바바 회장의 성공 신화를 통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중화권 매체에선 알리바바와 마윈의 성공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해 온 ‘중국의 꿈(中國夢)’과 연결짓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정치적 슬로건인 중국의 꿈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꿈과 국가의 꿈 두개가 포함돼 있다. 1964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마윈의 성공 신화는 그의 상업적 재능과 기업가 정신, 시대조류에 대한 통찰 덕분이다. 하지만 빈부 격차가 심각하고 권력이 세습되는 중국에서 그가 이룬 성과는 중국의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서민)에게 큰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누구나 마윈처럼 차이나드림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구글에 이어 세계 인터넷 2위 기업에 오른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을 갖게 됐다. 생존 경쟁이 워낙 심한 인터넷 세계에서 알리바바의 향후 운명을 속단하긴 이르지만 국가적으로도 중국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여기에 시 주석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저장성에서 일했고, 알리바바는 항저우에서 창업했으며 그곳을 근거지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시 주석은 저장성 근무 시절 마윈과 여러차례 만나 얘기를 나눴고 수차례 알리바바를 찾았다. 상하이 당서기로 간 후에도 마윈에게 상하이로 와서 개발 업무를 도와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알리바바는 각각 중국의 포털·SNS·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토종기업들이다. 위는 알리바바의 로고 사진. (출처 : 경향DB)


최근 중국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목표치인 연간 7.5% 성장이 어렵고 중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급속하게 발전하다 성장이 둔화하면서 중진국 수준에 정체되는 현상이다. 중국이 투자와 수출에서 소비 위주로 경제구조를 바꾸고 기술 혁신을 통해 중진국 함정을 돌파하려는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최근 톈진(天津)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중국 경제는 혁신에 의존하고 있다. 혁신은 기술혁신뿐 아니라 체제의 혁신, 관리 혁신, 모델 혁신을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대나 칭화대에서도 혁신을 강조한 슘페터 경제학을 열심히 가르친다고 한다.

알리바바는 중국 관리들이나 언론이 중국의 살길이라고 강조해 온 촹신(創新·우리 말로 혁신이란 뜻)의 상징적 기업이다. 알리바바의 성장이 중국의 거대시장에 힘입은 바 적지 않지만 핵심 경쟁력은 혁신과 창의적 사고, 새로운 사업모델 도입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중국이 처한 현재 상황에서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세계적 인터넷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은 중국의 진로에 한줄기 빛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중국에서 제2의 마윈이나 알리바바가 계속 탄생할 수 있을까. 알리바바의 성공 신화 뒤로는 우려할 만한 현상들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는 창업할 때마다 ‘심사의 만리장성’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규제가 촘촘하다. 돈 있는 중국인들은 절반가량이 해외로 탈출을 꿈꾸고 있다. 인신의 자유와 재산 안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본인은 부인했지만 마윈이 홍콩으로 이사 갈 것이란 설이 나돌기도 했다.

중국 인터넷은 여전히 통제로 가득 차 있다. 구글은 접속이 어렵고 몇몇 유명 해외 언론 역시 우회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접속이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중국의 보이지 않는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여러 규제와 억압적 분위기로 정말 중국에 남아 있어야 할지 고민하는 외국 기업들도 있다. 혁신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자유로운 사고라는 점에서 알리바바의 성공 신화는 중국에 또 다른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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