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노트르담의 목재 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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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노트르담의 목재 들보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4. 18.

이탈리아 르네상스인들의 눈에 13·14세기 중·북부 유럽의 교회건축물은 야만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이 교회건축물을 ‘고딕(Gothic)’이라고 표현했다. 게르만족 이동 때 로마를 파괴한 야만인 고트족 양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고딕건축물은 11·12세기를 풍미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보다 기술력은 오히려 뛰어나다는 평가다. 그 대표적 건물이 노트르담 대성당, 슈테판 성당, 쾰른 대성당 등이다.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자 최대 관광명소 중 하나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5일 오후(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화재로 첨탑이 무너지고 있다. 나무와 납으로 이뤄진 96m 높이의 첨탑은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전소됐다. 파리 _ AFP연합뉴스


고딕의 특징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첨탑과 기둥, 커다란 창, 그 창을 찬란하게 장식한 스테인드글라스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중력을 극복하고 하늘로 가까이 가겠다는 노력의 산물이다. 당시의 기술로 높은 회랑과 천장은 큰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하중을 견디지 못하면서 벽체가 무너지는 시행착오가 계속됐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천장의 궁륭에 목재를 사용했고, 벽체의 외벽에 버팀기둥을 세웠다. 그래서 외부에서 골조가 갑각류다리처럼 지탱하는 독특한 모양을 갖게 됐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최종 진화된 16일(현지시간) 불에 탄 지붕 잔해인 나무기둥, 돌무더기가 성당 내부로 떨어져 제단 앞에 쌓여 있다. 제단 쪽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가운데 성모마리아가 예수를 끌어안고 슬퍼하는 피에타상 뒤로 황금색 십자가가 빛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화재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천장 일부가 소실됐고 목재 첨탑이 붕괴됐다. 아직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 파편과 못, 성당 외벽의 가고일 석상의 안전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스테인드글라스, 가시면류관, 종탑, 성루이의 튜닉(상의)은 안전하다고 한다. 가시면류관은 예루살렘에 있던 것을 프랑스 루이 9세가 사들여 이곳에 보관 중이었다. 화재 때 성당 유물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신부와 소방관이 헌신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한 기부금이 답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억만장자들을 포함해 국제단체의 지원약속과 소액기부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복원비용은 수억유로로 추정되지만 기부가 쏟아지면서 자금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용이 전부가 아니다. 노트르담 대성당 천장에 사용된 800년 전의 목재를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성당 천장의 목조 들보는 원시수림의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대체할 큰 나무가 프랑스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짜 맞춘다 해도 원본과 복제품은 다를 수밖에 없다. 파괴된 문화재는 돈으로 복구할 수 없다. 남아 있을 때 소중히 아끼고 보존해야 하는 게 최선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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