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의 베이징 리포트]베이징 호적 따기는 ‘하늘의 별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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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의 베이징 리포트]베이징 호적 따기는 ‘하늘의 별 따기’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8. 17.

중국 베이징에는 약 800만명의 베이퍄오(北漂)’가 산다.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지만 베이징 후커우(戶口·호적)가 없는 사람들이다. 농촌에서 온 저임금 노동자들, 농민공들이 주로 3D 업종에서 종사하는 것과 달리 베이퍄오들은 대학 졸업 후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베이징 후커우가 없으면 주택, 학비, 의료, 취업 등 80여개 항목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베이징 후커우가 있을 때에는 주택자금 대출 시 46만위안(7600만원), 학자금 납부 시에는 8만위안(13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직장이 있어도 후커우가 없으면 삶이 더 팍팍해지는 것이다.

 

 

거주지 등록제도인 후커우는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인 1958대약진운동에 박차를 가하면서 농민들이 도시로 대거 이주해 농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1970년대 말부터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정책이 시작되고 대도시 인력수요가 늘면서 현실과 괴리되기 시작했다.

 

농촌 주민들이 도시에 입성한들 후커우가 없어 아이를 고향에 방치하거나, 도시에서 함께 살아도 공립학교에 보내지 못하게 되면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후커우로 촉발된 불평등이 대두되자 베이징시 정부는 지난 11후커우 포인트제도를 발표했다. 이른바 ‘4+2+7’이라는 이 제도는 4가지 자격조건, 2가지 기본사항, 7가지 항목에 따른 점수제를 기본으로 한다. 신청을 하려면 베이징 거주증이 있어야 하고 법정 퇴직연령을 넘지 않아야 한다. 사회보험료를 7년 이상 연속 납부한 사람이어야 하며, 형사범죄 기록이 없어야 한다. 안정적인 직장과 거주지는 기본요건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신청자들은 교육, 납세, 연령, 표창 여부 등 7가지 항목 기준에 따라 포인트를 쌓는다. 자기 집을 사면 1년에 1포인트씩, 세입자로 살면 0.5포인트씩 적립된다. 시는 이를 통해 후커우 발급을 제도화하고 심사위원들의 부패를 원천봉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인트 기준이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 등 다른 도시에 비해 너무 까다롭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해진 커트라인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매년 후커우 발급 수를 조정하기 때문에 몇 점이 커트라인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납세 기록, 자가 주택 등 있는 자들에게 유리한 항목이 많아 평범한 베이퍄오들의 절망감은 크다.

 

베이징시는 2020년까지 주민을 2300만명 이하로 제한할 계획이다. 2015년 말 통계에 따르면 베이징 상주 인구는 21705000명이다. 후커우를 얻기 위해서는 130만명도 채 되지 않는 제한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중국 산업경제신문은 베이퍄오가 진짜 베이징 사람이 되는 건 아직까지 아름다운 꿈일 뿐이라고 했다.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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