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그리고 계급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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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프랑스 대선, 그리고 계급투쟁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7. 11.
프랑스 대선 레이스가 불붙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7개월 앞선 내년 5월 대선을 향한 레이스의 불을 당긴 건 프랑스 사회당의 대선후보 경선이다. 사회당은 프랑스 최초로 당원과 당 지지자들이 참여하는 미국식 당내 경선 레이스를 통해 대선후보를 경선하기로 했다. 14명의 후보가 등록한 가운데, 유력한 세명의 후보는 현 당대표 마르틴 오브리, 지난 대선후보 세골렌 루아얄, 그리고 전 당대표 프랑수아 올랑드다. 이들은 가상 대결에서 모두 사르코지를 5~10% 내외로 따돌리고 승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사회당 경선이 내년 대선에서 갖는 의미는 막중하다. 

<마르틴 오브리> A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스트로스 칸이 가택연금에서 풀려나오고 피해자의 진술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사회당 경선 자체를 미루자는 의견까지 성급히 제기됐다. 그러나 스트로스 칸은 경선 불참 의사를 전했고, 얼마 전 프랑스 내에서도 여성작가에 의해 성추행 혐의로 고소되면서 그의 진입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세명의 대표 주자 가운데 압도적인 주목을 받는 사람은 마르틴 오브리다. 41세 때 미테랑 정부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시라크와 조스팽의 동거정부 시절 또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경선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다가 스트로스 칸이 사회당에 남긴 상처를 짊어지는 차원에서 경선에 나서면서 하루아침에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세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왼쪽에 있고 가장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분류된다. 이러한 그녀의 성향은 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잃어왔던 좌파정당의 방향성을 그나마 가장 강단있게 회복시킬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2차 결선까지 가지도 못하고 주저앉았던 2002년 대선의 치욕은 정체성을 상실하고 지나치게 우향우 해온 사회당이 자처한 결과였다는 사실을 모두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2만명에 달하는 사회당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사회당이 지향해야 할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에 대해 76%(복수응답)가 사민주의 정당의 정체성을 들었다. 대안세계화를 지향점으로 든 당원도 57%에 이르고 마르크시즘이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이어야 한다고 밝힌 당원도 32%나 되었다. 반면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당원은 10%, 신자유주의에 적극 반대하는 당원은 76%에 달했다. 외국인들에게 지방선거에서의 선거권을 부여하는데 찬성하는 당원의 비율도 83%에 이른다. 사회당이 지지자들에게서 당연히 기대할 수 있는 조사결과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사회당의 딜레마가 있다. 사회당 지도부는 이 같은 당원들의 의사와 사회당이라는 정치세력에 프랑스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꾸준히 배반해 왔던 것이다. 프랑스에 공격적인 신자유주의를 끌어들인 장본인은 81년부터 14년간 집권한 미테랑 정부, 사회당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가 적극 도입된 시기가 흔히 좌파정부라는 어색한 별명을 가진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것과도 같다. 사회당원의 71%는 우리가 가열찬 계급투쟁으로 특징지어지는 사회를 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사르코지가 지난 4년반 동안 프랑스 사회에 기여한 점이다. 지배계급에 지나치게 우호적이었던 그의 정책은 피지배계급의 연대의 필요성을 그리고 계급투쟁이라는 의식을 뚜렷히 대중의 의식에 각인시켰다. 상당히 건강해 보이는 당심이 당내경선 과정에서 후보에게 확실히 전달될 수 있다면, 프랑스 사회당도 추락만하던 행로에서 비로소 회생의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7개월 뒤에 이어질 한국에서의 대선에도 더불어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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