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해를 보는 르몽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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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한국 수해를 보는 르몽드의 시선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8. 7.
파리지엥들이 바캉스를 보내기 위해 우르르 빠져나간 파리는 지도와 가이드 책자를 들고 두리번거리는 관광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심각했던 가뭄을 해소하긴 했지만, 마치 장마라도 시작된 듯 서늘하고 축축하여 여행자들을 우울하게 하던 7월이 지난 후, 반짝, 여름다운 더위가 찾아든 오늘(8·2) 르몽드는 한국의 수해를 다루고 있다. 수해가 몰고 온 정치권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27일 경기 광주시 모현면 초부리에서 폭우로 고립돼 공장에 모여 있던 주민들을 헬기로 구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경향신문DB


매년 심각한 비 피해가 이어져왔고,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로 그 피해가 한층 심각해짐에도, 정부 당국은 시종일관 안이함과 무방비로 대처해 왔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4대강 사업이 지금의 수해를 더 부추겼다는 시민운동단체, 환경단체들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르몽드의 기사는 무게를 싣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서울 근교에 묻어 놓은 6만개의 지뢰들 가운데, 여전히 3000여개의 지뢰가 남아 있고, 이번 홍수 피해 지역에 상당수의 지뢰들이 묻혀 있는 점이 추가적인 위험요소라고 지적한다. 

특히, 한반도 이남을 흐르는 대형 하천의 수로를 재정비하는 4대강 사업은 30조원이 투입된 대형사업으로 이미 공정이 막바지에 달했으며, 지율 스님의 “4대강 공사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공존을 훼손하고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불교, 천주교를 비롯한 주요 종단과 종교 단체들까지 거세게 4대강 사업에 저항해 온 사실을 알리고 있다.

서울시의 하수시설이 수해 방지를 하기에 미흡한 상황임에도 수해 방지 예산을 대폭 삭감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거센 비난을 받고 있으며,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초구의 주민들은 서초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상황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르몽드는 이번 폭우로, 바로 그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 현장이 쑥대밭이 되어버린 사실까지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수해가 순수한 자연재해이기보다 인재에 더 가까운 것이라는 심증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정권을 향해 날카로워진 한국의 민심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투신 직후, 르몽드는 전직 대통령 서거 소식을 짤막하게 전한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정책에 대해 대서특필하여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와 비교하자면, 180도 달라진 논조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내외로 선전해오던 녹색성장의 허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쩔 수 없이 그 허술한 베일을 벗고, 외국 언론들에까지 그 참모습을 드러내는 중인 듯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에도 눈썹도 까딱하지 않고, 원전 사수를 외치는 자칭 녹색 대통령 이명박, 그와 판박이로 “더 안전한 원전만이 해답”임을 말하는 사르코지. 민심으로부터, 자연의 순리로부터 한사코 멀어져만 가는 지도자를 둔 두 나라의 잔혹한 공통의 운명은 내년에 마감될 것인지.

“분노하라”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노장의 외침처럼, 건강한 분노의 힘으로 강력한 시민연대가 필요한 때다. 바캉스를 마친 후, 서로의 건투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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