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민단체의 한국 재벌 안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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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프랑스 시민단체의 한국 재벌 안티 운동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3. 21.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bastille@naver.com



 

삼성의 기만을 고발하는 서명운동이 지난주에 프랑스에서 점화되었다. 지난 2월 말, 삼성을 법원에 고발한 프랑스의 3개 시민단체(인권법률가단체 쉐르파, 시민단체 ‘연대하는 민중’, 소비자단체 앵데코사-CGT)는 세계 전자업계의 거인인 삼성을 상대로 한 법정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하여, 시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인권법률가모임의 윌리엄 부르동 대표는 “지구 전체에 상품을 팔며,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소비자에게 자신을 선전해 온 삼성의 자기포장과 실제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분노할 만한 노동권 침해의 이중성을 바로잡기 위해” 서명운동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사건의 진원지는 중국이다.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삼성의 중국 하청 공장에서 미성년자 고용을 비롯한 노동권 유린이 자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뉴욕에 위치하고 있는 중국 노동권 감시단체(CLW)는 지난해 가을, 삼성의 중국 협력공장들을 수개월간 실사하여,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노동권 침해와 삼성 스스로가 내세우는 기업 윤리에 위반한 사항들을 목격하고 이를 보고서에 담아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협력공장에서 일하는 16살 미만의 노동자가 상당수에 이르며, 공장 측이 노동자의 나이를 속이기 위해 위조하여 제공한 가짜 신분증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추가 수당이 지불되지 않는 추가 노동이 상시적으로 강제되어 왔고, 안전수칙도 불충분하여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간신히 식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급여를 손에 쥔다. 이 보고서를 접한 삼성 측은 자체 조사 결과, 미성년 노동자는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며, 지각이나 결근 시 벌금을 물게 하는 등의 일부 노동조건과 관련한 부당 사례에 대해서만 수긍한 상태이다. 


왜 중국에서 일어난 노동권 유린 문제가 프랑스 법정에서 다뤄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시민단체 ‘연대하는 민중(Peuples Solidaires)’의 활동가 파니 갈루아는 이렇게 답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은 대부분 중국을 비롯한 제3세계 그리고 그 소비자들은 유럽, 북미를 비롯한 지구촌 전체에 흩어져 있다. 이들은 거짓된 기업 이미지를 포장해서 선전하면서 소비자를 우롱하고, 제3세계에서는 노동자들을 탄압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중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중국 법원에서 삼성을 대상으로 투쟁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그들은 현장에서 싸우고, 우리는 이곳에서 삼성 전체를 대상으로 법정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법원에서 삼성에 유죄판결을 내린다면, 삼성의 이미지에 타격이 가해질 것이고, 이러한 압력이 글로벌 기업 삼성의 태도를 시정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터넷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명운동에는 현재 1만명가량의 시민들이 참여한 상태이다. ‘연대하는 민중’ 측은 한국의 노동자 단체와도 연대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사이트에는 삼성이 자랑하는 그들의 기업윤리를 확인할 수 있다. 


(경향신문DB)


“우리는 세심하게 기업윤리 규범을 준수한다. 우리는 고객과 투자자, 노동자들을 존중한다.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시민 기업이다. 우리는 환경과 건강, 안전의 문제를 최우선시 한다….” 아름다운 말들이다. 스스로 뱉어놓은 이 멋진 말들 가운데 하나라도 실천해 왔더라면, 오늘 프랑스에서 벌어진 이런 사태는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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